국민의당-자유한국당과 연대·통합론 일축…미소짓는 민주당
  • 바른정당 이혜훈 신임 당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바른정당 이혜훈 신임 당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바른정당이 이혜훈 의원을 신임 당대표로 선출하며 19대 대선 패배 이후 당 재정비에 들어갔다.

    '자강론'을 우선시하는 이 의원이 당대표가 됨에 따라 당분간 바른정당은 자유한국당과 통합 없이 독자노선을 걸을 전망이다.

    바른정당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당대회를 열고 이혜훈 의원을 당 대표 후보로 선출했다.

    이혜훈 신임 대표는 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 "당이 하나 되는 일이라면 백 번이라도 아니 천 번이라도 무릎 꿇는 화해의 대표가 되겠다"며 "바른정당이 보수의 본진이 돼 대한민국의 새로운 역사를 열겠다는 비전을 반드시 이루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낡은 보수에 대한민국을 맡길 순 없지만 새 정부도 믿을 수는 없다"며 "인재들이 구름처럼 몰려오는 정당을 만들어 지방선거부터 제압하고 총선을 압도해 정권을 찾아오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선출된 이혜훈 신임 대표는 '자강론'을 내세우는 대표적인 유승민계 인사다. 그는 서울 서초갑의 3선의원으로 지난 19대 대선에서 유승민 의원을 적극 도왔다.

    그는 자유한국당에도 꾸준히 각을 세워왔다. 이혜훈 신임 대표는 경선 중인 지난 2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자유한국당에 대해 "올(all) 친박인 당에서 어떻게 친박을 청산할 수 있겠느냐"고 말한 바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2년과 2016년 두 번 공천하는 과정에서 자유한국당은 초·재선 의원이 80명 가까이 되는 정당으로 바뀌었고, 이들 전부가 친박이어서 친박 청산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대표의 이같은 기조는 '보수대통합'을 외치는 당내 일각의 견해와는 대조된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유한국당과의 연대를 모색하거나 공조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기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앞서 바른정당은 지난 19대 대선 과정에서 대선과정에서 젊은층과 수도권의 지지를 받으며 성장 가능성을 보였으나, 결과만 놓고 본다면 6%대를 기록, 정의당과 크게 차이가 없을 정도로 지지율이 낮았다.

    이에 지방선거 패배를 우려하는 바른정당 일각에서는 반문(反文) 연대나 통합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실제로 지난 5월 12일, 국민의당 주승용 의원이 사견을 전제로 바른정당과 통합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하자,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주승용 원내대표와 회동한 바도 있다. 대선 기간 중간에는 바른정당의 일부 의원들이 자유한국당에 복당하는 사태도 있었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차기 당권으로 모였다. 주승용·주호영 원내대표는 회동 당시 당대표 자격을 권한대행하고 있었다. 차기 정식 당대표가 누구냐에 따라 연대나 합당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대두된 것이다. 하지만 이날 이혜훈 의원이 당선되면서 이같은 목소리는 일축됐다.

    한편, 이같은 소식에 미소를 감추지 못하는 곳이 있다. 바로 민주당이다. 이 의원이 당대표가 되면서 야3당 공조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있어서다.

    최근 민주당은 야3당 공조로 인해 인사청문회 정국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대표적인 예시다. 그는 '위장 결혼' 등의 문제로 야당의 반대에 직면, 인사청문회를 넘지 못하고 자진 사퇴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역시 국회로부터 인사청문회 보고서를 특히 얻지 못한 채 임명됐다. 이 과정에서 바른정당의 역할은 적지 않았다. 특히 주호영 원내대표는 국회 일정 보이콧을 선제적으로 주장하는 등 보수색채를 선명하게 폈고, 이는 민주당에 큰 걸림돌이 됐다. 바른정당의 새 변화에 민주당이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 때문인지 민주당은 백혜련 의원이 논평을 통해 기대감을 드러냈다. 백 의원은 "이혜훈 바른정당 신임 대표의 '합리적 소신', 협치의 물꼬가 트이길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백 의원은 "이혜훈 대표는 선거운동을 하는 동안 자유한국당의 국정 운영 발목잡기를 비판했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임명을 소신 지지했다"며 "그뿐만 아니라 국정기획위원회가 제안한 인사 5대 원칙 구체화에도 동의했다"며 환영의 의사를 나타냈다.

    이어 이혜훈 신임 대표의 '문재인 정부가 일하게 해줘야 한다 밀어줄 건 과감하게 밀어주자', '추경안도 심사하겠다' 등의 발언을 소개하며 "바른정당의 당대표 선출 과정과 결과는 진정 민심이 어디에 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계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