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 개 시민단체, 경북 성주서 '사드배치촉구집회' 개최성주군 주민 "우리 마음 대변하는 집회 열려 속이 후련"
  • 성주군 소성리 사드포대 인근에서 진행된 '사드배치촉구집회'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성주군 소성리 사드포대 인근에서 진행된 '사드배치촉구집회'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사드를 조속히 배치하라! 자유민주주의 수호하자! 성주 사드 포대 만세!"

    6월 22일 오후 경상북도 성주군. 낮 기온이 33도까지 치솟으며 계란도 그대로 익어버릴 것 같은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 한·미 국기와 손피켓을 손에 든 인파가 구름처럼 모여 들었다. 본지 기자가 성주에서 처음으로 열린 '사드배치촉구집회'에 동행했다.


  •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 전군구국동지회연합회 등 50여 개 시민단체가 주도한 '사드배치촉구집회' 열기는 실로 대단했다.

    마치 투사와도 같은 모습으로 '사드 배치'를 촉구하는 이들의 외침은 "국가가 나를 위해 무엇을 해줄지 바라지 말고, 내가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하라"는 미국의 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의 명연설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오후 4시가 되자 성주군 소성리 마을 회관 인근에 집회 참가자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은 사드 배치부대 인근으로 '사드반대' 현수막으로 뒤덮인 곳이다.

    이날 집회는 본래 사드 배치 부대 앞에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집회 신고가 입구에서만 접수되는 바람에 부대까지 진입할 수 없었다.

    주최 측 관계자는 "사드 철수를 주장하는 시민단체와 충돌하려온 것이 아니라 한국에도 사드 배치를 찬성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집회를 개최한 목적을 설명했다. 실제로 참가자들은 대부분의 플랭카드를 영문으로 만들어왔다. "Welcome THAAD(사드를 환영한다)" 같은 문구들이 눈에 띄었다.

  • 영문으로 작성된 피켓을 든 사드배치촉구집회 참가자들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영문으로 작성된 피켓을 든 사드배치촉구집회 참가자들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예비역 단체 회원들은 성주경찰서 관계자를 찾아 격려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예비역 장성들은 경찰들의 어깨를 다독이며 "지금 이곳에는 경찰의 역할이 막중하니 잘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 성주군청 앞에서 열린 사드배치촉구집회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성주군청 앞에서 열린 사드배치촉구집회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성주군청 앞에서도 동종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목소리 높여 "사드 가면 전쟁온다"를 연거푸 외쳤다. 바로 길 건너,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농성천막에 붙은 "사드 가면 평화온다"라는 문구와 운율은 같았지만 내용은 정반대였다. 참가자들은 저마다 "북한의 연이은 도발 속에 대한민국의 안보가 걱정돼 모였다"고 말했다.

    "나라를 걱정하는 분들이 많이 와줘서 고맙다."

    사드가 배치된 성주군에 거주하는 서상호(68, 남)씨는 성주군청 앞 사드 배치 촉구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집회 참가자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그는 말로만 그치지 않고 참가자들에게 간식도 돌렸다. 서 씨는 "여태껏 반대집회만 크게 열렸는데 우리를 대변하는 찬성 집회가 열려 마음이 후련하다"고 말했다.

    김도현(남, 51)씨는 "우리나라를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서울에서 여기까지 왔다"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는 "공격용 무기가 아닌 방어용 무기를 배치하는 것은 상대방의 침략적 야욕을 막아 모두의 희생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진정한 평화를 실현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조성혁(남, 41)씨는 "사드배치촉구집회에 더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지 못해 아쉽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지난 16일 여론조사 기관 갤럽의 조사 결과 사드배치에 찬성한다는 의견은 53%, 반대는 32%, 나머지 15%는 모른다는 의견이었다. 찬성이 반대보다 다수의견을 이뤘지만 지금까지 사드 반대집회가 더 크게 열려왔다. 집회에 나온 사람들의 의견만 반영하는 저들만의 '민중민주주의'는 결국 국민의 뜻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중학교 교사를 하다 은퇴한 박정진(남, 71)씨는 "합리적으로 생각해도 사드배치는 옳다"고 강조했다. 박씨는 "전 정부가 사드 배치과정을 성급하게 서두른 감이 있지만 미국같은 선진국의 경우 어떤 무기가 배치되는지 공개하지 않는 사례도 많다"며 "국가적 안보 사안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일부는 이해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육사 총구국동지회 김세환 회장은 "사드는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할 수 있는 지구상 현존하는 최선의 방어무기체계이며 혈맹으로 맺어진 한미관계가 굳게 유지돼야 한다"고 밝힌 뒤 "문재인 정부의 환경평가로 인해 지연되고 있는 사드 4기의 배치와 운용을 즉각 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집회에선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인근 주민들과, 시민단체 인사들과 언쟁이 오가기도 했으나 이렇다 할 물리적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 상대측과의 충돌을 우려한 주최 측은 "사드 반대 시민단체에서 우리를 자극할 수 있으니 되도록이면 웃어넘기라"고 공지했다.


  • 사드배치촉구집회에서 순국선열에대한 묵념을 하고 있는 참가자들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사드배치촉구집회에서 순국선열에대한 묵념을 하고 있는 참가자들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