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해외 언론과 인터뷰해 생각 널리 알리라" 반기문 조언대로
  •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경내에서 미국의 지상파네트워크인 CBS TV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청와대 제공
    ▲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경내에서 미국의 지상파네트워크인 CBS TV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청와대 제공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의회지도자 홀대론 △문정인 특보 돌출 발언 △대학생 웜비어 고문치사 등 3대 악재를 맞닥뜨린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지상파와의 직격 인터뷰를 통해 분위기 반전을 모색한다.

    미국의 3대 지상파방송사 중 하나인 CBS TV는 미국 동부시각으로 20일 오전 7시 '오늘 아침(This Morning)'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인터뷰를 더빙 방송한다.

    취임 이후 국내 매체와 인터뷰를 가진 적이 없는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의 전국 지상파 네트워크와 최초로 인터뷰를 갖게 된 것은 그만큼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조야의 여론 악화를 심각하게 여기고 있는 방증으로 보인다.

    자신의 장기인 '국민 상대 직접 소통'을 발휘해 심상찮게 돌아가는 미국 조야의 분위기를 반전시키겠다는 국면 전환의 모색으로 해석되는 것이다.

    이는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자문을 받았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조언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일 반기문 전 총장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했다. 이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국내 정치는 소통을 하면서 풀어가면 되지만, 외교 문제가 걱정"이라며, 당면한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총장의 경험과 지혜를 빌려달라"고 전략·전술적인 조언을 청했다.

    이에 대해 반기문 전 총장은 "외교도 국민의 총의를 참작해 풀어가면 된다"며 "주요 해외 언론과 인터뷰를 활용해 문재인 대통령의 생각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게 중요하겠다"고 자문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경내에서 미국의 지상파네트워크인 CBS TV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청와대 제공
    ▲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경내에서 미국의 지상파네트워크인 CBS TV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청와대 제공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격노'를 불렀던 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미 간의 균열음을 가리켜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일부 언론이 사드 관련 브리핑 내용을 보류하는 것처럼 썼고, 미국 언론에서 그대로 보도하니 미국 측의 반응이 언짢았던 것"이라고 한 바 있다.

    이처럼 양국 간의 균열음을 일정 부분 '언론 탓'으로 보는 관점이 있는 탓에, 이번 CBS 인터뷰를 통해 미국 국민들에게 직접 문재인 대통령의 생각을 널리 알려 미국 내의 여론 반전을 모색하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러한 의도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미국의 정서와 정치 지형에 관한 냉정한 판단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전날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미국 의회지도자 홀대론'이 나오게 된 배경과 반박을 상세하게 했지만, 이것으로 미국 정치권 내의 불만 여론이 가라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왜 (미국 의회지도자들이) 홀대를 받았다고 이야기가 나오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토로했지만, 여러 정황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를 찾거나 찾으려던 예정에 있던 미국 의회지도자들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의 대선 후보를 지냈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나, 맥 숀베리 하원 군사위원장, 코리 가드너 상원 외교위 아시아·태평양소위원장 등을 모두 거르고 딕 더빈 의원을 만난 것에는 미국 정치 지형에 관한 오해가 청와대 주변에 깔려 있었던 게 원인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만남이 이뤄지지 않은 매케인·숀베리·가드너 의원은 모두 공화당 소속이다. 이들은 홍석현 대통령특사가 지난달 미국을 방문했을 때, 특사와 만나 한국 방위에 대한 공약을 재확인하고 방한 의사를 피력할 정도로 친한파(親韓派)다.

  •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경내에서 미국의 지상파네트워크인 CBS TV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청와대 제공
    ▲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경내에서 미국의 지상파네트워크인 CBS TV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청와대 제공

    하지만 북한과 중국에 대해서는 강경한 입장을 갖고 있다. 매케인 의원은 공화당 '매파'의 대표격이고, 숀베리나 가드너 의원도 모두 공화당 매파로 분류된다.

    반면 더빈 의원은 우리나라의 진보 세력이 심정적 유대감을 갖고 있는 미국 민주당 소속이다. 또, 더빈 의원은 지난 1999년 3월 미사일방어체계(MD) 구축 법안이 상원에 상정돼서 97대3이라는 압도적인 지지로 통과될 때 반대표를 던진 3명의 상원의원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이러한 전력 때문에 청와대에서 더빈 의원을 이른바 우리 식의 '미국 내 양심세력'으로 오인해 면담이 성사된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도 미사일방어체계의 일환이므로, 이에 반대 투표했던 더빈 의원이라면 현 정부가 추진하는 사드 관련 정책에 대해 우호적 입장을 보일지도 모른다는 판단이 있었다는 것이다. 만일 이러한 일이 실제로 이뤄졌다면, 미국 유력 의회지도자의 우호적 입장은 현 정부의 정책에 추동력을 더해줬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달 31일의 문재인 대통령과 더빈 의원의 회동에서 그러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더빈 의원은 "면담 때 거의 모든 시간을 사드에 할애했다"며, 사드 배치가 왜 한국에서 논란이 되는지를 추궁했다. 특히 "배치 연기도, 국회 동의의 필요성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쐐기를 박았다.

    이틀 전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의 면담을 1시간이나 진행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더빈 의원과의 면담을 40분 만에 끝낸 것은, 회동 분위기가 애초 의도했던 것과는 전혀 다르게 돌아가자 황급히 끝맺은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 사이에 정책적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주한미군과 동맹국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사드 배치의 필요성에 있어서는 이견이 없는 상황"이라며 "안보에 있어서는 당쟁(黨爭)이 없는 미국의 정서를 이해해야 미국 여론과의 직접 소통에서도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