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관계자 "본인이 사퇴 결심한다면 말릴 권한 없지 않겠나"
  • 안경환 법무장관후보자가 16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사퇴하지 않고 인사청문회를 받아볼 뜻을 천명하고 있다. 이로부터 약 8시간 뒤, 안경환 후보자는 자진사퇴를 선언했다. ⓒ뉴시스 사진DB
    ▲ 안경환 법무장관후보자가 16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사퇴하지 않고 인사청문회를 받아볼 뜻을 천명하고 있다. 이로부터 약 8시간 뒤, 안경환 후보자는 자진사퇴를 선언했다. ⓒ뉴시스 사진DB

    안경환 법무부장관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받겠다는 입장에서 불과 8시간 만에 자진사퇴로 선회한 것에는 청와대의 기류 변화가 깔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16일 저녁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안경환 후보자의 혼인신고서 위조는) 본인이 이야기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며 "후보자 추천·검증 과정에서는 우리가 알지 못한 게 맞고, 언론이 문제제기해서 알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이날 오전 안경환 후보자가 기자회견에서 한 해명과는 서로 모순된다. 당시 안경환 후보자는 "(혼인신고서 위조 문제에 대해) 정확히 기억할 수는 없지만, 약 일주일 전에 (청와대에서) 질의가 왔다"며 "나름대로 소명했다"고 해명했다.

    이러한 해명을 하면서 사퇴하지 않고 인사청문회를 받을 뜻을 밝힌 안경환 후보자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가 나서서 해명의 핵심적인 부분을 반박한 것은, 사실상 자진사퇴를 종용하는 '신호'로 읽힌다는 분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문 과정에서 결정적인 하자가 나오면 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할 수 있다는 것은 일반적인 설명"이라며 "본인이 결심할 문제이고, 본인이 사퇴하겠다면 말릴 권한이 없지 않나"라고도 했다.

    이 역시 인사청문회까지 가서 임명권자에게 부담을 줄 것이 아니라 안경환 후보자 본인의 '결단'을 촉구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는 해석이다.

    다만 청와대는 안경환 후보자의 자진사퇴가 사실상의 지명철회로 해석되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와의 문답이 있은 직후 인사청문 과정에서 지명철회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보도가 잇따르자, 출입기자단에게 발송한 문자 메시지에서 "(인사청문 과정에서 지명철회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청와대 입장과 다르다"고 해명한 게 반증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이날 안경환 후보자의 자진사퇴 사실이 알려진 직후, 뉴스통신사와의 통화에서 "(자진)사퇴가 맞다"며 "청와대의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이 역시 지명철회로 비쳐지거나, 그에 따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에게로 책임론의 '불똥'이 튀는 것을 경계한 태도로 보인다.

    역대 정권은 하나같이 후보자로 지명한 인사를 철회하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껴왔다. 청와대의 인사검증 실패를 자인하는 셈이 돼 책임론을 불러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무위원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가 시작된 2005년 이후로 청와대에서 먼저 나서서 지명철회를 한 사례는 지난 2014년 7월, 김명수 교육부총리후보자 지명철회 사례가 12년간 유일한 사례다. 그 외에는 모두 후보자를 설득해 자진사퇴를 이끌어내는 형식을 취했다.

    불과 8시간 전만 해도 기자회견에서 "청문회에서 내 칠십 평생을 총체적으로 평가해달라"며 "국민의 여망인 검찰개혁과 법무부의 탈검사화를 반드시 이루겠다"고 다짐했던 안경환 후보자의 급작스러운 '자진사퇴'가 순수한 자진사퇴로 보이지만은 않는 이유다.

    자진사퇴 직후 안경환 후보자의 반응도 이와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안경환 후보자는 이날 자진사퇴 사실이 알려진 직후, 취재진이 따라붙자 "할 말이 없다. 이렇게 묻는 게 잔인하지 않느냐"며, 청와대의 지명철회 시사에 영향을 받았느냐는 질문에는 묵묵무답으로 일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