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보고서 미채택시 지명철회는 朴정권서 김명수 사례가 유일
  •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 ⓒ뉴시스 사진DB
    ▲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 ⓒ뉴시스 사진DB

    청와대의 강경화 외교부장관후보자 임명 강행 입장에 야당은 반발하면서도 뚜렷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에 실패한 국무위원후보자를 임명 강행하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TV토론에서 그토록 비판하던 '이명박·박근혜정권' 시절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오는 17일까지를 기한으로 강경화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를 송부해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인사청문회법 제6조 4항에 따르면, 이러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청문보고서 채택에 실패하면 대통령은 국무위원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따라서 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은 임명 강행의 전주곡으로 해석된다.

    이는 지난 보수정권과 크게 다르지 않은 발걸음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첫 해인 2008년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 6명의 국무위원을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 강행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취임 첫 해인 2013년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장관 등 6명의 임명을 강행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미 지난 13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청문보고서 채택 실패에도 불구하고 임명 강행해 첫 테이프를 끊은데 이어, 오는 18일에는 강경화 후보자에 대한 임명 강행을 예고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보고서 송부기한을 17일까지로 한 것은) 일요일(18일)에 임명한다는 것을 예측하도록 한 측면이 있다"고 털어놨다.

    국무위원 2명의 임명 강행이 확실시되는데다, 지난 11일 지명한 김상곤 교육부총리후보자, 안경환 법무부장관후보자, 김은경 환경부장관후보자, 조대엽 고용노동부장관후보자가 모두 극심한 구설수에 휩쓸려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명박·박근혜정부 때 있었던 임명강행 수치에 근접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5년 임기 동안 17명의 후보자를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임기가 갑자기 막을 내리긴 했지만, 지난해 국회의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되기 전까지 10명의 후보자를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했다.

    이렇게 임명을 강행하면서 국회와 국민을 향해 호소한 '여론전'의 메시지도 유사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정부는 비상시국에 인수위 없이 출범한 상황에서 국정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야당과의 협치를 위해 대통령부터 앞장서서 노력하고 있는데, 이런 대통령의 노력이 허망한 일이 되고 있는 게 아닌지 안타깝다"고 질타했다.

    아울러 "검증 결과를 보고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국민의 몫"이라며 "야당은 국민의 판단을 존중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취임 직후인 지난 2013년 3월 4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통해 "새 정부 출범 일주일이 되도록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국정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며 "여야 대표들과의 회동을 통해 대화를 기대했지만, 그것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에 대통령으로서 큰 걱정"이라고 말문을 열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나 정치권 어느 누구도 국민들에게 피해를 줄 수는 없다"며 "대통령과 국회는 국민들을 대신하는 의무를 부여받은 것이지 국민들의 권리까지 가져갈 수는 없다"고 주장했었다.

    이에 따라, 현 정부가 지난 정부의 실패 사례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는 '임명 강행'이라는 전철을 밟을 것이 아니라 협치의 본질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사의 실패를 자인하는 것이라 생각할 것이 아니라, 부적격이 드러난 인물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지명을 철회하는 용기를 발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선거를 통해 국민으로부터 직접 선출돼 상대적으로 검증으로부터 자유로운 현역 국회의원을 추가적으로 입각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지적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4년 7월, 국회에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에 실패한 김명수 교육부총리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하고, 대신 당시 여당 소속 중진의원이었던 황우여 전 의원을 새로운 후보자로 교체 지명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당시 정성근 후보자 등 여러 후보자가 인사검증을 통과하지 못해 임명권자인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을 주고 있던 상황에서 현역 의원을 입각시켜 개각의 부담을 줄였다"며 "문재인 대통령도 이를 타산지석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