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 발전기 소음 때문에 밤잠 설친다’는 주장, 사실과 달라
  • 경북 성주 사드 배치 반대 시위 현장.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경북 성주 사드 배치 반대 시위 현장.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인근 주민들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운용부대 진입로를 막아 유류 공급에 차질을 빚고, 북한 무인기가 경북 성주 기지 내부의 발사대는 물론 교전통제소와 탐지레이더까지 촬영한 사실이 밝혀진 13일, <뉴데일리> 취재진은 경북 성주군 소성리 일대를 방문했다.

    사드가 배치된 부대는 군 병력과 경찰이 주변을 경비하고 있었지만 기지 정문 바로 앞까지 사드 반대 시민단체들이 내건 형형색색의 깃발이 나부꼈고, 주민들은 기지를 향하는 차량을 일일이 검문하면서, 미군의 출입을 철저하게 통제했다.

    일반 시민이 차량을 세우고 검문을 하는 모습은 낯설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시민이 차량을 검문한다는 건 법령 위반 여부를 따지기에 앞서 상식 밖의 일이다.

    그러나 기지 주변에 배치된 군과 경찰은 이런 주민들의 행동을 제지하지 않았다.

    기자는 북한 무인기가 발견된 지점을 확인하기 위해 부대 뒷산을 찾았다. 이곳은 얼마 전까지 사드 포대를 육안으로 관측할 수 있는 곳이었다.

    기자가 뒷산을 찾았을 때, 기지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지점으로 알려진 곳에는 군·경 병력이 상주하면서 민간인의 접근을 막고 있었다. 군경 병력이 배치돼 있긴 했지만 기지 주변의 경계는 생각만큼 삼엄하지 않았다.

    기지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야산 전역에 모두 철조망을 쳐, 입산 자체를 원천 차단하는 해군 잠수함 전단과는 대조적이었다.

    북한 무인기를 탐지·요격할 수 있는 국지레이더의 설치도 시급해 보였다.

    기지 경계가 허술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국방부 대변인실은 “사드 배치 부대에 일반인들이 접근할 수 없도록 철조망을 치고 있다”고 했다.

  • 경북 성주 골프장에 배치된 주한미군의 사드 발사대.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경북 성주 골프장에 배치된 주한미군의 사드 발사대.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경북 성주 사드 기지 뒷산에 민주노총이 설치해 놓은 사드반대 리본. ⓒ 사진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경북 성주 사드 기지 뒷산에 민주노총이 설치해 놓은 사드반대 리본. ⓒ 사진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취재팀을 뒷산 ‘정상’으로 안내한 길잡이는 민주노총이 설치한 ‘등산 리본’이었다. ‘사드 배치 원천무효!, 민주노총’이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인쇄된 리본은 10미터 간격으로 정상까지 이어져있었다.

    정상에 이르자 인근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의 발언이 떠올랐다. 그들은 “사드 운용 부대가 돌리는 발전기 소음으로 밤에 잠을 잘 수가 없을 지경”이라고 했다. 사실은 달랐다. 기지와 가장 가까운 지점에서도, 발전기 소음은 주의를 기울여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희미했다.

    뒷산에서 내려와 인근 주민의 입장을 듣기 위해 마을회관으로 향했다. 주민들은 소성리 회관 앞 도로를 점거한 채 미군과 군수 물자의 부대 반입을 막고 있었다.

    사드 부대에서 2km 정도 떨어진 이곳에서는 발전기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
  • 사드 배치 반대 시위를 벌이는 경북 성주군 주민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사드 배치 반대 시위를 벌이는 경북 성주군 주민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주민들의 불심검문 실태와 관련해, ‘군 당국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국방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관련 부처와 계속 협의를 해나갈 것이며 소관 부처 업무에 대해서는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는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도로 무단 점거를 단속해야 하는 성주군청 관계자는 모든 책임을 국방부 탓으로 돌렸다. 이 관계자는 “당사자인 국방부 측에서 대응해야 할 사항이며, 사드 배치를 추진한 정부가 아무런 입장을 내고 있지 않아 우리로서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군의 한 관계자는 “사드 배치 주한미군 공여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방침이 전해진 직후, 관련 부처들이 업무를 추진하지 못하고 정부 눈치만 보는 게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 북 무인기 추정 소형 비행체. ⓒ 사진 뉴시스
    ▲ 북 무인기 추정 소형 비행체. ⓒ 사진 뉴시스
    군 당국은 사드 기지 내부를 촬영한 북한 무인기에 대해, 정밀 분석을 진행 중이다.

    군은 무인기에 탑재된 일제 소니카메라의 메모리카드(64GB)를 살펴본 결과, 400~500장의 사진이 발견됐으며 이 가운데 10여장이 성주 사드 기지 내부를 촬영한 것이라고 전했다.

    군은 메모리칩 내부에 들어가 있는 임무명령서를 분석해 발진 및 복귀 지점, 비행경로 등을 파악,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