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형’서 ‘노지형’ 변경하며 수많은 갈등 유발

[초점] 산으로 가는 매립장, 청주시가 바로 잡아야

주민·시민단체·시의회 갈등 치유 과정 필요…매립장 관련 업체 해명 필요

김종혁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7.05.24 11:3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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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산으로 가고 있다.”

충북 청주시가 추진하는 제2매립장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한 시민이 한숨을 섞어 던진 말이다. 현 상황을 지적하면서 우려 섞인 답답함이 그대로 묻어 나온다.

2013년 3월 매립장 입지후보지 선정 계획을 세우며 시작한 ‘제2매립장’ 사업이 벌써 4년이 지나도록 기본설계 조차 들어가지 못한 채 선회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오창읍 후기리에 ‘지붕형’으로 조성하기로 결정 났을 때까지만 해도 후보지 공모와 입지선정위원회 구성·운영 등이 순조롭게 추진됐다.

악취와 침출수 등으로 인해 인근주민들의 삶에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매립장 사업의 가장 쟁점은 ‘후보지’ 선정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청주시가 후기리를 후보지로 결정할 때까지의 행정은 일관성 있는 추진력이 돋보였다 할 수 있다.

그러나 입지 선정 5개월이 지난 그해 11월 후기리 주민들이 뚜렷하고 합당한 설명없이 조성방식을 ‘지붕형’에서 ‘노지형’으로 변경해 줄 것을 시에 요청하며 갈등이 시작됐다.

시 또한 주민공청회나 변경 과정 설명 등 적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조성방식을 ‘노지형’으로 변경해 시의회에 설계 예산을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시의회는 곧바로 “행정에 일관성이 없다”면서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하며 제동을 걸었다.

이후 매립장 조성 사업은 ‘지붕형’과 ‘노지형’을 두고 찬성하는 주민과 반대하는 주민들이 번갈아가면서 기자회견을 열며 공론화 됐다.

주민들은 두 패로 나뉘었고 예산을 심사하는 시의회도 강하게 찬성과 반대의견을 피력하며 대치하는 상황이 지속됐다.

이 와중에 청주시는 본예산에서 삭감된 ‘노지형’ 매립장 관련 예산을 추경 안에 포함시켜 의회에 제출했지만 지난 4월 20일 의회는 또다시 완강하게 삭감했다.

소관 상임위인 도시건설위원회 의원 구성이 노지형을 찬성하는 자유한국당 4명, 반대하는 더불어민주당 4명으로 돼있어 과반을 넘지 못했다.

그래도 시가 느긋하게 ‘노지형’을 밀어붙이는 이유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부활시켜 통과되리라는 기대감이 컷을 것이다.

예결위는 당초 한국당 8명, 민주당 7명으로 구성돼 있어 과반을 넘을 것으로 낙담했겠지만 대선 과정에서 한국당 남연심 의원이 국민의당으로 당적을 옮기며 표결의 ‘열쇠’를 쥐게 됐다.

7대 7대 1의 상황에서 한국당도 민주당도 쉽게 결과를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남 의원이 민주당의 손을 들어주면서 예결위 부활은 이뤄지지 않았다.

장황하게 열거하는 시의회의 표결 과정에서 숨겨진 뒷얘기가 지난 16일 도시건설위 파행과 함께 불거졌다.

4월 시의회가 긴박하게 이뤄지기 직전 민주당 신언식 의원이 매립장 후보지 바로 옆에 폐기물처리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ES청원 임원과 해외 골프여행을 다녀온 것이 알려지며 도덕성 논란에 휩싸였다.

또한 이런 사실을 알고 있던 안성현 도시건설위원장이 이를 빌미로 ‘표결’을 유도한 것으로 드러나 의회민주주의 기본 정신을 심각하게 훼손한 경위가 밝혀졌다.

신 의원은 청주시와 ES청원이 사전에 공모한 여행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시와 이 업체가 ‘제2매립장’ 사업과 얼마만큼 관여돼 있는지 궁금증도 자아냈다.

양측의 공방은 기자회견과 간담회 등을 통해 폭로성으로 이어지며 여차하면 법정 공방까지 이어질 정도로 심각하게 대립하는 상황이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은 23일 이 같은 일련의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주민 감사’를 진행하겠다고 선포하기도 했다.  

주민 간의 갈등, 시의회 내부의 갈등, 시의회와 청주시의 갈등, 청주시와 시민사회단체와의 갈등 등 청주시 곳곳이 ‘제2매립장’ 문제로 인해 갈등에 휩싸였다.

여기서 문제의 본질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모든 갈등의 원인은 청주시가 조성방식을 ‘지붕형’에서 ‘노지형’으로 변경하고 이를 정당한 설명과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데 있다는 게 중론이다.

현재 시가 주장하는 ‘경제성’ 위주의 논리는 공모과정 초기에 점검해야 할 문제이지, 후보지가 선정된 후에 이를 앞세우는 것은 처음부터 다시 공모하라는 의회의 주장에 맞서기에는 미약해 보이는게 사실이다.

또한 시가 ‘노지형’을 계속 주장하려면 갈등이 있는 주체들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시켜야 했지만 이러한 공론화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점도 지적된다.

여기에다 시의회의 분열 과정에서 드러난 ES청원이 시의 ‘노지형’ 변경에 관여돼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시가 속 시원히 해명해야 할 일이다.

매립장 사업 추진의 책임은 시에 있다.

시가 사업을 추진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의회의 동의를 얻어 진행하면 크게 문제될 일도 아닌 사업이 다양한 갈등을 유발하고 업체 관련 의혹으로 불거진 것이다.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는 ‘골프여행’, ‘표결압박’, ‘공모’ 등으로 제2매립장에 관한 근본적인 문제가 묻혀서는 안 된다.

이제 모든 갈등을 치유하고 의혹을 해명한 후 ‘제2매립장’ 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청주시가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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