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실장 장하성 "새 정부 인사에 감동 먹어 文대통령 전화에 출사"
  •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경제부총리·외교부장관과 정책실장·안보실장 등 내각·청와대에 관한 신규 인선을 직접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경제부총리·외교부장관과 정책실장·안보실장 등 내각·청와대에 관한 신규 인선을 직접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제 공약 '줄푸세'를 설계해 한때 '박 대통령의 경제 과외교사'라 불렸던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이 헌법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에 임명됐다.

    이명박정부에서 청와대 경제금융·국정과제비서관, 기재부차관을 지냈고 박근혜정권에서 국무조정실장을 맡았던 김동연 아주대 총장은 정권교체에도 불구하고 문재인정권의 첫 경제부총리 후보자에 지명되는 놀라운 관운(官運)을 보여줬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직접 내각과 청와대의 인선을 발표했다.

    국회의 인사청문을 거쳐야 하는 내각 인선과 관련해, 경제부총리(겸 기재부장관)·외무부장관 후보자에는 각각 김동연 아주대 총장과 강경화 유엔사무총장 정책특보가 지명됐다.

    국회의 인사청문이 필요없는 청와대 인선으로는, 청와대 안보실장·정책실장에 각각 정의용 외교안보TF단장과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임명됐다.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와 홍석현 전 중앙일보미디어그룹 회장은 청와대 외교안보특보를 맡는다.

    이 중 헌법 제93조에 규정된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을 맡게 된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보수 진영에서도 친숙한 인물이다.

    전남 나주 출신으로 광주일고와 서강대 경제학과를 나와 모교인 서강대 교수로 부임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서서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 공약을 입안했다.

    이후로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제 과외교사'라 불렸으나, 정작 2012년 대선 캠페인 때부터 관계가 소원해지기 시작해 박근혜정권에서는 이렇다할 보직을 맡지 못했다.

    김광두 부의장은 그 이유와 관련해 지난해 12월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캠프에 들어가보니 경제정책) 공부를 같이 할 때는 느끼지 못했던 폐쇄적 리더십을 경험하게 됐다"며 "소통에 문제가 있었고, 자신의 사고 범위를 벗어나는 언행을 수용하지 못하더라"고 토로했다.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의 경제정책을 비판하거나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의 발언에 장단을 맞추는 등 이후 본격적으로 박근혜정권과 각을 세워온 김광두 부의장은 올해 3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와 함께 문재인캠프에 합류해 새로운대한민국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지난달 25일에 열렸던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이 유승민 의원을 향해 "유승민 후보는 '줄푸세'까지 주도하며 똑같은 얘기를 이명박·박근혜정권에서 줄창 말했다"며 "줄푸세가 무슨 효과가 있었나"라고 비난했다.

    이에 유승민 의원은 "줄푸세 한 분은 지금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정책을 맡고 있다"며 헛웃음을 지어 김광두 부의장의 존재가 새삼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러한 김광두 부의장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개혁적 보수를 대표하는 경제학자로, 나와는 다른 시각에서 정치·경제를 바라보던 분"이라며 "경제 문제에 있어서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가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경제부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김동연 총장은 보수정권 9년 동안 청와대와 내각의 요직을 거친 끝에, 정권교체 이후에도 경제사령탑을 맡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동연 후보자에 관해 "나와 개인적인 인연은 없다"면서도 "기재부차관과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한 분으로, 기획예산처와 기획재정부의 요직을 두루 거치면서 경제에 대한 거시적인 통찰력과 조정 능력이 검증된 유능한 경제관료"라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장하성 고려대 교수는 반(反)재벌 정서가 강한 경제학자로 알려져 있으며, 지난 시기에도 몇몇 정권의 등용 제의가 있었지만 고사해왔다가 이번에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나서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재벌·대기업 중심 경제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사람·중소기업 중심으로 경제·사회정책을 변화시켜 경제민주화와 소득주도성장·국민성장을 함께 추진할 수 있는 적임자"라며 "그동안 역대 정부의 요청을 고사해오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공직을 맡는 큰 결단을 해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장하성 정책실장은 이후 취재진과의 문답에서 "지난 2012년 대선 때 캠프에 참여해서 정책을 도와달라고 했는데 다들 알다시피 내가 안철수 후보를 선택했고,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달라고 했을 때도 거절을 했었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개인적인 인연은 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도 "솔직한 심정으로 무엇보다도 최근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로 이뤄진 인사들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감동을 먹었다"며 "그게 내 마음을 흔들어놨는데,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하니 응낙을 하게 됐다"고 출사의 배경을 밝혔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이어 잇따라 반(反)재벌 성향으로 여겨지는 인사가 요직에 기용된 것과 관련해서는 우려를 불식시키려 시도했다.

    장하성 정책실장은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소상공인이든 기업은 우리 모두의 일자리로서 매우 소중하기 때문에 '두들겨 팬다'는 것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며 "기존의 재벌에 인위적인 강제조치를 취한다는 것은 빈 자리를 메울 수 있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성장이 없는 상태에서 오히려 문제가 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