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들, 특검 참고인 진술조서 주요 내용 번복 잇따라...“그런 취지로 말하지 않았다”
  • 박영수 특별검사. ⓒ 사진 뉴시스
    ▲ 박영수 특별검사. ⓒ 사진 뉴시스


    박영수 특검이 무더기 기소한,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그룹 전 현직 임직원의 뇌물공여 등 혐의 공판 증인신문 과정에서, 특검이 신청한 증인 대부분이, 특검 혹은 검찰 특별수사본부에서 참고인 신분으로 진술한 조서의 중요 내용을 번복하거나, ‘그런 뜻으로 말한 것이 아니다’라며, 진술 취지를 부인하는 법정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12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에서 속개된 이 사건 13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박재홍 전 승마국가대표 감독 역시, 특검에서 본인이 진술한 주요 내용을 부인했다.

    박씨는 앞서 특검에서 ‘삼성이 정유라 이외에 마장마술이나 장애물 등 다른 분야의 승마선수를 지원하려고 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생각한다. 최순실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가까우니까, 무엇인가를 부탁했거나 부탁하려고 정유라에게 특혜 지원을 했던 것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박 전 감독은 위 특검 진술조서의 진위와 그 발언 취지를 거듭 묻는 검사와 변호인단의 신문에 일관되게 “제가 생각할 부분이 아닙니다”, “그렇게 생각한 사실이 없습니다”라며, 특검 조서 내용을 부인했다.

    박 전 감독의 증언이 조서의 주요내용과 크게 상반되자 재판을 심리하는 김진동 부장판사가 직접 질의를 하기도 했다.

    박 전 감독은 재판장의 질문을 받고도, “(참고인 진술 당시 어떤 취지로 진술을 했는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박 전 감독은, 삼성이 승마선수 독일 전지훈련 지원을 위해 코어스포츠에 자금을 지원했지만, 최순실이 이를 자기마음대로 전용하면서, 삼성의 지원금이 본래 목적대로 쓰이지 않은 것 같다는 취지의 답변도 했다.

    그는 “최순실이 박원오 승마협회 전무의 요구나 조언마저 묵살했다”며, 독일 현지에서의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특히 박 전 감독은 “독일 출국 당시, 삼성은 국내 승마선수 훈련 지원을 위해 진정성을 갖고 있었다”며, “개인적인 생각은, 삼성에서 (국내 승마선수 훈련 지원을 위해) 분명히 (자금을) 지원했을 것 같은데, (최순실이 정유라와 종목이 다른) 장애물(선수 훈련 지원)쪽에 쓰는 게 아깝고 자기 돈처럼 생각했겠죠.”라고 답했다.

    박 전 감독은 증언을 통해, 코어스포츠의 부실한 운영이나 선수 전지훈련 프로그램 무산은, 결국 사리사욕에 눈이 먼 최순실의 전횡 때문이었다는 뜻을 분명하게 밝혔다.

    이런 증언 내용은, ‘코어스포츠는 삼성이 최순실 모녀에게 뇌물을 건네기 위해 설립된, 실체 없는 페이퍼컴퍼니에 불과하다’는 특검 측의 공소사실과 정면에서 배치된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다음은 이에 대한 재판장, 변호인, 특검, 박 전 감독 사이의 신문 내용 중 일부.

    변호인단 :
    “증인이 (검찰) 특수본에서 승마훈련 지원에 대해, ‘삼성전자는 결국 대통령과 친한 최순실에게 무엇인가를 부탁하려고 정유라에 대한 지원을 하였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했는데.”

    박 전 감독 :
    “제가 저 말을 한 겁니까.”

    변호인단 :
    “검사님이 ‘이렇게 보는 거 아니냐’ 해서 동의하신 것 아닌가?”

    박 전 감독 :
    “아니 그. 표현이 좀 그런 것 같은데, 저런 정도의 표현(이나)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니구요. ‘무엇인가 부탁하였거나 부탁하려고’는 제가 할 필요도 없는 말이고, (정)유라 지원하는데 있어서는, 삼성에서 유라 지원하는 상황 분위기인데, 유라만 지원하면 명분이 안서니 전 종목 지원한다고 말했다.”

    변호인단 :
    “증인 삼성전자가 정유라 재정 지원한 사실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죠?”

    박 전 감독 :
    “네.”

    변호인단 :
    “박원오로부터 삼성전자가 정유라 재정 지원하는 이유에 대해 들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죠?”

    박 전 감독 :
    “네.”

    변호인단 :
    “2015년 10월 출국하고, 그 전에 삼성전자가 증인 지원한다는 말 듣고, 그 과정에서 삼성전자가 진정으로 증인 지원하려고 한 것에 대해서는 인정하시죠?”

    박 전 감독 :
    “그럼요. 그러니까 당연히 나갔죠.”

    변호인단 :
    “독일 체류하며 박원오와, 최(순실)씨에게 지원 요구했는데 최씨 반대로 지원 안됐죠.”

    박 전 감독 :
    “네.”

    변호인단 :
    “박원오랑 싸우기도 했다고 하는데 증인에게 지원 안되는 이유는 뭐라고 하던가요.”

    박 전 감독 :
    “(최순실이 반대해서 일이 제대로 진행이 안 되니까) 그냥 답답하다는 거였죠.”

    변호인단 :
    “삼성전자가 증인의 독일전지훈련을 지원할 의사가 없다거나 삼성이 거절했기 때문은 아니죠?”

    박 전 감독 :
    “그럼요. 그럼요.”

    특검 :
    “최순실이 대통령과 가깝다는 소문 있었고 그래서 삼성에서 정유라 지원한다. 정유라 지원하는 김에 명분을 세우기 위해서 장애물이든 다른 선수 지원한다고 했는데 왜 지원할까? 라는 질문에 대해 ‘최씨가 대통령과 가까우니까 세상에 공짜는 없다. 뭘 부탁하려고 한 것 아닌가’ 이렇게 말했다.

    박 전 감독 :
    “제가 생각할 부분이 아닙니다.”

    특검 :
    “정유라에 대해 삼성이 지원한 걸 알고 있었잖아요? 2014년 말에 그런 소문이 있었고, 최순실하고 대통령하고 친하다 이런 이야기 있었고, 그래서 삼성에서 최씨 딸 정유라 지원하고 있는데 그런 걸로 봐서 소문대로 그게 사실이구나. 뭔가 부탁하려고, 부탁할게 있어서 그런가보다 하고 생각한 사실 있죠?

    박 전 감독 :
    “없습니다.”

    재판장 :
    “(참고인 진술 당시) 검사가 물을 때는 그랬다고 했고, (지금) 변호인이 물을 때는 아니라고 했는데, 최종 답변을 좀 해보세요.”

    박 전 감독 :
    “(참고인 진술 당시 그런 취지로 말한) 기억이 안 납니다.”


    이날 증인신문에서는 박 전 감독을 비롯한 승마계 인사들이, 최순실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관계, 승마선수 정유라의 모친이 최순실이란 사실을 안 시점이 언제였는지도 주요 쟁점으로 부각됐다.

    김진동 부장판사는 박재홍 전 감독에게, 최순실이 정권의 실세라는 사실, 즉 비선실세 국정농단 파문을 통해 밝혀진 것과 같이, 대통령 및 정권 핵심 인사들을 상대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만큼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지한 시점이 언제였는지를 직접 물었다.

    박 전 감독은 “2014년 말, 정윤회 문건유출 파동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시점을 전후로 해, 승마계에 ‘최순실이 실세다’라는 이야기가 돌았다”고 증언했다.

    다만 그는 ‘그런 소문에 동의를 했느냐“는 김 부장판사의 질문에 대해서는 ”실세라고 생각은 안 했다. 그냥 조금 친분이 있어서 그런가 보다 (생각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정도까지는 생각 못했다“고 털어놨다.

    특검은 박재홍 전 감독의 증언을 통해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 때 승마계에는 이미 최순실이 대통령과 친분이 있고 상당한 영향력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으며, 증인의 표현이 다소 다른 부분이 있지만, 삼성이 정유연에 대한 승마지원 구색을 맞추고 명분을 만들기 위해, 장애물 등 다른 종목의 선수를 선발하는 과정이 필요했음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증인의 증언은 정유라) 단독 지원을 위한 명분을 만들기 위해 상당한 사람들이 개입됐다는 점을 입증한다”면서, “삼성은 처음부터 끝까지 정유라 1인 지원이 목적이었고, 박재홍에 대한 계획도 1인 지원을 위한 물타기, 들러리에 불과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변호인단은 “증언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삼성전자가 진정으로 국내 승마발전을 위해 선수들을 지원하려고 했다는 점이며, 이는 선수들도 인정하고 있는 사실”이라고 받아쳤다.

    변호인 측은 “삼성이 정유라 1인 지원만을 위해 다른 선수들을 구색 맞추기 용으로 끼워놨다는 특검의 시각은 처음부터 잘못됐다는 사실도, 증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변호인단은 “박 전 감독의 증언은, 최순실의 방해로 삼성의 진정성이 실제 지원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사실을 입증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