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인 진술조서 주요 내용 번복...변호인단 “유독 생각과 추론 많아”
  • 덴마크 법원의 송환 결정에 대한 항소 의사를 밝힌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지난 24일 덴마크 올보르 구치소 면회실에서 현지 매체 '엑스트라 블라뎃'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 사진 뉴시스
    ▲ 덴마크 법원의 송환 결정에 대한 항소 의사를 밝힌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지난 24일 덴마크 올보르 구치소 면회실에서 현지 매체 '엑스트라 블라뎃'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 사진 뉴시스


    삼성전자가 박근혜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승마협회 회장사를 맡기 이전인 2007~2008년부터, 삼성은 그룹차원에서 승마단을 운영해 왔고, ‘삼성 승마단’ 소속 선수들의 기량 발전을 위해 해외 전지훈련과 마필 구입 등 다양한 지원을 했다는 전직 승마 국가대표 선수의 법정 진술이 나왔다.

    특히 해당 증인은 ‘정유라 한 사람만을 위해 삼성이 지원하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다른 승마 선수를 물타기용으로 추가 선발·지원한 것 아니냐’는 취지의 특검 측 질문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답변했다.

    해당 증인은, 참고인 신분으로 박영수 특검에 출석해, ‘삼성 측이 정유라 외에 선수를 추가 선발해 독일 전지훈련을 계획한 것은 이재용 부회장의 결정으로 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으나, 이날 법정에서는 “확신은 아니고 누가 결정한 것인지 잘 모른다”고 말을 바꿨다.

    최씨는 “내가 진술서에서 말한 건 개인적으로 그럴 수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한 것이고, 그랬을 것이라고 (단정)한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증인은 국내 승마계가,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존재와 최순실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비선실세라는 사실을 안 것은 2013년에서 2014년 사이라고 증언했다.

    이런 내용은 2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312호 소법정에서 속개된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그룹 전·현직 임원진의 뇌물공여 등 혐의 10차 공판을 통해 공개됐다.

    무려 9차례의 서증조사를 끝내고 처음 열린 증인신문에서 특검은 ‘최순실의 딸 정유라에 대한 삼성의 승마지원 특혜’를 입증하기 위해, 전직 국가대표 승마선수 출신 최OO씨를 증인으로 불렀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정유라씨를 알고 지내왔다는 증인은, 국가대표이자 삼성승마단 소속 선수로 아시안게임에 출전, 여러 차례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건 경력을 갖고 있다.

    최씨는 특검 측 참고인 진술에서는, 정유라에 대한 삼성 측의 승마지원과 관련해,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내용의 진술을 했다.

    그러나 이날 법정 증인석에 앉은 최씨는 핵심 사안에서 참고인 진술조서의 내용을 번복해, 특검 측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특검은 정유라 지원의 배후에 이재용 부회장이 있음을 입증하려고 했으나, 최씨는 관련 질문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거나 ‘개인적으로 그랬을 것으로 추측했을 뿐 단정한 건 아니며, 진술조서에 나오는 것처럼 그렇게 구체적으로 내용을 잘 알지 못한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이날 최씨의 증언에서 가장 눈길을 끈 대목은 ‘삼성 황성수 전무가 최씨에게 해외전지훈련을 제안했을 당시, 정유라 단독 지원에 부담을 느낀 삼성이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다른 선수를 추가 선발하려고 한 것 아니냐‘는 특검 질문에 대한 최씨의 답변이었다.

    특검의 질문에 최씨는 “삼성은 지원을 다 같이 하려고 했는데, 여건상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걸 느꼈다, 너무 단편적으로 바라볼 수는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은 이날 위와 비슷한 취지의 질문을 거듭하면서, 최씨 측으로부터 공소사실을 입증할만한 답변을 이끌어 내기 위해 공을 들였지만, 증인 최씨는 일관되게 참고인 진술조서와는 다른 방향의 답변을 했다.

    다음은 이에 대한 특검의 질문과 최씨의 법정 증언.

    특검 :
    “당시 언론에서 삼성이 정유라를 단독지원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삼성이 다른 선수도 지원하려는 모습 보여줘서, 정유라 건을 숨기려 한다고 생각했나?”

    최OO :
    “그렇게까지는 생각 안했다. 박원오가 여러 역할을 하려다 보니까 난처한 상황이, 후원자(삼성) 쪽에서 발생하지 않았을까 정도로 생각했다. 최순실이 영향력을 행사하고 다녔기 때문에 여러 사람이 부담을 느끼고 그러던 상황이니까.”

    특검 :
    “최순실이 박 전 대통령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비선실세인 것을 2015년이나 그 이전에 알았나?”

    최OO :
    “그건 알 수 없다.”

    특검 :
    “증인이 삼성이나 승마협회로부터 해외전지훈련 제안을 받았고, 그 제안에 응했음에도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는데, 그리고 제안에는 훈련 프로그램에 대한 구체적 내용도 포함이 안됐고, 그렇다면 이런 제안이라는 게 정유라에 대한 단독지원 사실을 숨기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나.”

    최OO :
    “삼성은 지원을 다 같이 하려고 했는데, 여건상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걸 느꼈다, 너무 단편적으로 바라볼 수는 없다.”


    최씨는 특검에서 작성한 참고인 진술조서와 법정 진술이 다른 이유에 대해, “내가 진술서에서 말한 건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는 추측을 한 것이고, 그랬을 거라고 (단정)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최씨는 특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삼성이 정유라만 단독지원하는 걸 들어서 알았다. 삼성이 나에게 해외 전지훈련을 비공개로 제안한 건 정유라를 위한 단독지원 사실이 나중에 알려지면 문제가 될 것이기에, 이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최씨는 “당시 삼성은 정유라 단독 지원 사실을 숨기려고 하는 것 같았다”고도 했다.

    그러나 최씨는 이날 당시 진술에 대해 “그 때 너무 오랫동안 조사를 받아서...”라고 말끝을 흐렸다.

    변호인단은 증인 최씨 진술의 신빙성과 관련해, 검찰 참고인 진술과 현재의 법정 증언 중 어느 것이 더 정확한지를 캐물었다.

    최씨는 “특검에선 1대1로 여러 얘기를 하다보니까 상당히 구체적으로 설명을 한 것처럼 진술이 돼 있는데, 실제 내가 그렇게까지 구체적으로 답을 드릴 수 없다”고 털어놨다.

    다음은 이에 대한 변호인단과 증인 최씨 사이의 신문내용 중 일부.

    변호인단 :
    “(증인은) 최순실의 영향력 때문에 승마협회 회장사가 바뀌었느냐는 특검 질문에 ‘그렇게 생각 안했다‘고 했는데, (특검이 작성한) 진술서에는 ’최순실 영향력 때문‘이라고 했다. 어떤 것이 정확한가?”

    증인 최씨 :
    “어떤 영향력이 있다고 말은 못한다. 특검에선 1:1로 여러 얘기를 하다보니까 상당히 구체적으로 설명을 한 것처럼 진술이 돼 있는데, 실제로 내가 그렇게까지 세부적으로 답을 드릴 수 없다. 내가 그렇게 영향력까지 생각하고 그렇게 답한 건 아니다.”

    변호인단 :
    “진술서에 기재된 것처럼 확신하지는 않았다는 건가?”

    증인 최씨 :
    “확신은 아니고 그럴 수 있다고 말할 수는 있을 텐데, 애매모호하거나 기억이 잘 나지 않는 부분은 그렇게...”


    최씨는 ‘정유라 승마지원을 이재용 부회장이 결정한 것으로 생각했다’는 취지의 참고인 진술도 번복했다.

    변호인단 :
    “황성수가 10월 하순 연락할 때 ‘위에서 결정했으니 삼성이 지원하는 훈련받을 수 있겠냐’고 했는데 이 결정을 이재용이 한 것 같다고 특검에서 진술했다. 그런데 조금 전 답변할 땐 ‘확신은 아니고 누가 결정한 건지 잘 모른다’고 했다.”

    증인 최씨 :
    “맞다.”

    변호인단 :
    “특검에서 진술할 때 ‘이재용이라고 생각했다’고 단정적으로 진술했나, 아니면 ‘이재용이 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가능성을 언급한 정도인가.”

    증인 최씨 :
    “내가 진술서에서 말한 건, 다 내 개인적으로 그럴 수 있다는 추측일 뿐이지 그랬을 거라고 (단정)한 게 아니다.”

    변호인단 :
    “삼성이 승마협회 회장사 맡은 이후 정유라를 의식하거나 혜택을 주거나, 편을 드는 것 같은 결정을 한 사실이 있는가.”

    증인 최씨 :
    “모르겠다. 없었던 거 같다.”


    증인 최씨가 중요 대목에서, 특검 참고인 진술조서의 내용을 부인하자 재판장(형사합의27부 김진동 부장판사)이 직접 심문에 나섰다.

    재판장 :
    “(증인은) 삼성이 처음엔 다른 선수도 같이 지원할 생각이었는데, 잘못지원해서 정유라만 지원된거라고 했다. 그 근거가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진 후인지 그 전에도 그런 사정들이 있었는지를 묻는 것이다.”

    증인 최씨 :
    “국정농단 전에도 그런 것 같다. 박원오가 승마계의 발전을 위해서 노력하니까, 분명 삼성에 말을 하면 같이 키우자는 얘기를 했을 테고, 삼성도 그걸 받아들이지 않고 특정선수만 키우려고는 안했을 것. 그런데 상황상 최순실이 그렇게 되지 않게끔 압력을 취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변호인단은 “증인 최씨의 진술서에는 유독 증인의 생각과 추측으로 기재된 게 많다”면서, 특검 진술조서의 신빙성에 의문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