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람도 아니냐,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성소수자들 결국 연행 당해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26일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열린‘천군만마 국방안보 1000인 지지선언’기자회견 도중 성소수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공준표 기자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26일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열린‘천군만마 국방안보 1000인 지지선언’기자회견 도중 성소수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공준표 기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대선을 10여일 앞두고 성소수자들의 거센 항의에 직면했다. 전날 토론회에서 "동성애 합법화에 반대하지만 차별은 안 된다"며 가장 민감한 화약고인 성소수자 문제를 건드린 것이 화근이 됐다.

    26일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강한 안보'를 외치던 문재인 후보는 기습적으로 나타난 성소수자들로부터 거센 시위를 받았다.

    문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천군만마(千軍萬馬) 국방안보 1,000인 지지 선언 기자회견'에 참석해 "이제 우리 민주당에 국방안보 역대 최강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제 안보 최고당"이라고 주장했다.

    문 후보가 "더 이상 색깔론, 가짜 안보는 통하지 않는다"며 발표를 마무리할 때쯤, 10여명의 동성애 성소수자들이 나타나 문 후보 앞으로 다가가며 거세게 항의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동성애자 인권을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을 펼쳐보이며 "내가 동성애자다. 나의 존재를 반대하시냐. 혐오 발언을 사과하라"며 문 후보를 압박했다.

    이에 문 후보 측 경호원과 경찰들이 시위자들을 제지하고 나섰고, 이 과정에서 고성과 욕설이 오가는 등 현장은 한순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예상치 못한 시위에 화들짝 놀란 문 후보는 3분 정도 상황을 지켜보다가 측근들의 안내를 받으며 서둘러 현장을 빠져나갔다.
  • 성소수자들이 26일 국회 본청 앞에서
    ▲ 성소수자들이 26일 국회 본청 앞에서 "사람이 먼저라는 문재인 후보님, 저희는 사람이 아닙니까"라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공준표 기자


    성소수자들의 시위는 문 후보가 떠난 뒤에도 계속됐다. 이들은 "사람이 먼저라는 문 후보님, 저희는 사람이 아닙니까",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서글픈 눈물을 흘렸다.

    현장에서 시위를 벌인 성소수자들은 집회·시위법 위반 혐의로 인근 경찰서로 연행돼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후보 측 유은혜 수석대변인은 "문재인 선대위는 체포된 활동가들의 사법처리를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경찰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앞서 문 후보는 전날 열린 토론회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동성애자 관련 질문에 "반대하지요. 그럼요"라고 말했다. 당시 홍 후보가 국회에 제출된 차별금지법에 대해서 묻자 문 후보는 "차별금지하고 합법하고 구분을 못하는가"라며 "저는 (동성애를) 뭐 좋아하지 않는다. 합법화 찬성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문 후보 측은 TV토론이 끝난 직후 "토론 말미에 홍 후보가 다시 '동성애를 반대하느냐'고 질문했고 이에 (문 후보는) 동성혼 합법화에 반대한다고 했다. 특히 성적 지향 때문에 그 어떤 차별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도 함께 밝혔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파장은 일파만파로 번지는 모양새다.

    SNS 상에서는 "문 후보에게 실망했다" "문 후보의 '동성애 반대' 주장을 보고 문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기로 결정했다"는 등의 주장이 쏟아지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선 문 후보가 홍 후보의 전략에 말려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 후보가 가장 민감한 화약고인 동성애 화두를 던졌고, 문 후보는 사후 여파를 예상치 못한 채 '동성애 반대' 주장을 거리낌 없이 쏟아냈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