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유세에서 직설적 지지 호소 "호남 차별 끝장내겠다"는 말도
  •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24일 광주광역시와 목포·나주 등 호남 권역을 찾아 지지를 호소했다.  ⓒ목포(전남)=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24일 광주광역시와 목포·나주 등 호남 권역을 찾아 지지를 호소했다. ⓒ목포(전남)=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호남에 대한 애정을 듬뿍 나타내며, 호남만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내줄 수 없다는 결기를 드러냈다.

    안철수 후보는 24일 오후 광주 국립전남대학교 후문 앞에서 열린 국민승리유세에서 "이번 대선은 이곳 광주의 미래, 호남의 미래를 선택하는 선거"라며 "호남을 무시하는 민주당에 또다시 속아서는 안 된다"라고 주의를 환기했다.

    이날 유세에서 안철수 후보는 지난해 4·13 총선 때의 행적과 이번 5·9 대선 공식선거운동 첫날의 동선을 들어, 자신만이 이번 대선에 출마한 여러 유력 후보들 중에서 호남의 적자(嫡子)라는 점을 강조했다.

    안철수 후보는 "민주당이 국민의당을 '호남당'이라고 조롱할 때에도, 나는 자랑스럽게 국민의당 깃발을 들고 대구·부산·대전 전국 방방곡곡에 가서 당당하게 국민의당을 찍어달라고 했다"며 "누가 지긋지긋한 호남 차별을 끝장낼 수 있겠는가"고 외쳤다.

    아울러 "나는 대선 첫날도 호남에서 시작했다"며 "누가 호남을 대변할 자격이 있으며, 누구의 승리가 호남의 승리인가"라고 물어, 전남대 후문 앞에 모인 1만 명 인파의 열화와 같은 호응을 이끌어냈다.

    "민주당에 속지 말라"는 말까지 할 정도로 전례없이 강경하게 호남의 압도적인 지지를 호소한 것과 관련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핵심 지지 기반인 호남 표심 일부가 문재인 후보 쪽으로 이탈하려는 현상에 대한 위기감의 표출로 바라보기도 한다.

    한국갤럽이 18~20일 사흘간 조사해 21일 공개한 대선 후보 지지율에 따르면,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51%의 지지를 얻어 35%에 그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오차범위 밖으로 따돌렸다. 문재인 후보의 호남 지지율이 50%를 넘겼다는 것이 의미심장한데,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대구·경북(TK)에서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반토막 났다지만, 그 표들은 문재인 후보에게는 결코 가지 않는 표"라며 "반문(반문재인) 성향의 이 표들은 돌고 돌다가 결국 문재인 후보를 이길 수 있는 후보가 안철수 후보 밖에 없다는 게 입증되면 선거일에 다시 돌아올 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호남의 부동층은 성격이 전혀 다르다"며 "문재인에서 안철수로, 또 안철수에서 문재인으로 이동할 수 있는 표이기 때문에 문재인 후보의 최근 호남 상승세에 안철수 후보가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반면 선거 전략의 관점보다는 호남에 대한 애정의 측면에서 해석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실제로 지난해 4·13 총선에서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었던 '제3당 실험'을 성공으로 이끌어주고, 지역구 의석 23석을 몰아준 호남에 대한 고마움을 가슴 깊이 새기고 있다는 것이다.

    '보수 표를 의식해 우클릭하라'든가 '연대하라'는 조언이 여러 차례 있었는데도, 호남 정서에 반하는 행동은 일체 하지 않았던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는 분석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이날 전남 목포역광장 유세에서 "선거운동 개시 전에 안철수 후보를 만나 '첫날 대전과 대구를 먼저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며 "안철수 후보는 '선배님, 호남의 지지를 받아 우리 국민의당이 지난 총선에서 승리했고, 나는 호남의 지지를 받는 대통령이 되고 싶기 때문에 호남부터 먼저 가겠다'고 했다"는 사연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공식선거운동기간 첫날, 다른 후보와는 달리 호남 행보부터 시작한 안철수 후보의 동선은 그 스스로가 내린 정치적 결단에 해당하는 셈이다.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가 "호남 어르신들은 유세를 해도 '뭣하러 오느냐. 서울에 가서 표를 모으라'고 화를 낼 정도"라고 귀띔했는데도, 안철수 후보가 중차대한 4월 마지막 주의 시작을 호남에서 한 것은 이러한 의미가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사실 지난해 4·13 총선에서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싸움은 야권의 정통을 상징하는 호남 민심을 사이에 둔 싸움이었다"며 "'지지받지 못하면 정계은퇴를 하겠다'고 문재인 후보가 배수진을 쳤는데도, 압도적인 지지를 자신에게 몰아준 호남 민심에 대해 안철수 후보는 은혜를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