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지율 떨어진 안철수의 선택은? 

     우파 표심이 여전히 방황하고 있다.
    우파 표는 크게 잡아 약 35~40%는 될 것이다.
    여기에 왔다 갔다 표들이 가세하면 우파 후보가 집권하는 것이고,
    이 표가 반대쪽으로 가붙으면 우파 아닌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는 이 35~40%의 우파 표가 찍어줄 유력 우파 후보가 없어서
    지금 뿔뿔이 갈라져 고민과 방황 중에 있다.
    일부 오피니언 리더들은 이 우파 표를 향해 '최악'의 집권을 막기 위해서는
    별수 없이 '차악'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역설한다.

     반면에 또 일부 오피니언 리더들은 '최악'만 둘 있을 뿐 '차악'은 없다는 전제 하에서,
    죽으나 사나 우파 후보에게 표를 주어야 한다고, 그래야 지더라도
    우파의 명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후자의 의견 중에는 "좌파가 분열돼 있어서 우파 후보에게 '몰빵'만 하면
    우파가 능히 이길 수 있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필자의 의견은 이렇다.

  • 아직 너무 한 쪽으로만 기울어져 결정하지 말고 5월 초까지 더 기다리다가
    그 때 가서 최종결정을 내리자고. 왜? 그렇게 해도 시기적으로 늦지 않기 때문이고,
    안철수나 홍준표나 그 때쯤이면 더 이상 자신만의 아집, 고집, 낙관에 안주하기가가
    어려울 정도로 상황이 급해져서 그 어떤 인위적인 변곡점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비로소 하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여기서 "상황이 급해진다"는 건 무얼 말하는가?
    더 이상 3파전으로 갔다가는 내가 틀림없이 질 것이란 인식을 갖게 되는 상황을 말한다.
    그리고 "그 어떤 인위적인 변곡점을 만든다"는 건 무슨 뜻인가?
    그런 끝판 상황을 극적으로 반전(反轉)시킬 기발한 정치적 상상력을 작품화 하는 걸 말한다.

     이런 극적인 뒤집기가 가능하기 위해 가장 필수적으로 있어야 할 것은
    해당 정치인들의 그릇이 크고 감성이 풍부하고 대의(大義) 앞에서 겸허할 줄 아는 됨됨이다.
    소인배 아닌 대인이라야 하는 것이다.
    이걸 오늘의 후보들에게서 기대할 수 있을까?
    99% 없다. 이게 한국정치의 한계일성 싶다.

     이 한계를 넘으려면 과욕-전부 다 먹겠다는 생각을 접고,
    반쯤만 먹겠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반쯤만 먹는다는 건 뭔가?
    한 시대에서 다른 시대로 넘어가는 건 좋으나 한꺼번에 다 가기보다는
    과도기를 거쳐 가는 방식이다.
    안철수와 국민의 당처럼 원내 의석수가 적을 경우일수록 과도기 설정은 불가피하다.
    과도기란 중첩기(重疊期)다. 섞어찌개인 것이다.
    "경제는 온건진보, 안보는 정통주의"를 중첩시켜 국민통합 정부를 세우는 것이다.
    그래야 향후 5년 간의 안정적 통치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

      안철수 후보와 국민의 당은 이럴 경우 호남표가 날아갈 것을 우려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타성적 편견일 수 있다. 호남 주류는 본래 김성수 선생 이래의 대한민국 산파역들의 맥이었다. 이런 내력을 타고 난 호남 동포들의 애국심에 호소할 경우 의외의 반응이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시도해보지도 않는 채 덮어놓고 안 된다고만 할 필요는 없다.

     국민의 당 내부에서도 황주홍 유성엽 김동철 의원 등은 연대론을 주장하고 있다.
    바른정당은 연대의 대상으론 박약하다. 연대하려면 아예 광의의 우파국민 또는 우파국민연합이란 개념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안철수 지지로 갔던 표들이 지금 도로 빠지고 있다.
    1등과는 10% 정도 벌어지고 있다. 무슨 수라도 내놔야 할 처지다.

     안철수 후보가 이렇게 하면 홍준표 후보로서도 우파국민연합의 심리적 흐름을 간과하지 못할 것이다. 아니, 하기 따라선 그 연합의 얼굴로 떠오를 수도 있다. 그에게 단 얼마간의 정치적 상상력만 있다면...

     이건 어디까지나 머릿속 상상과 가설에 불과하다.
    현실정치는 가설대로 되는 건 아니다.
    어쨌든 지금이 4월 23일이니, 5월 초까지 지켜보다가 그 때 가서 직감(直感)에 따라
    찍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머리 굴리는 것보다 직감이 적중하는 수가 제법 많다.

    류근일 / 전 조선일보 주필 /2017/4/23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