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한인타운 내 호텔 한식당서 정기적 접촉…“생활비 전달 위해서였던 듯”
  • ▲ 장성택과 김정남. 김정은의 지시로 죽은 가족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장성택과 김정남. 김정은의 지시로 죽은 가족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00년을 전후로 김정남과 김정은, 장성택이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만난 적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21일 당시 러시아에 유학 중이었다는 이신욱 동아대 교수의 증언을 보도했다.

    이신욱 동아대 교수는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김정남과 장성택이 모스크바 유명 호텔에서 김정은과 함께 만나며 화목하게 정기적인 교류를 가져왔다”고 회상했다고 한다.

    이신욱 교수에 따르면, 김정남, 김정은, 장성택이 정기적으로 만났던 곳은 모스크바의 한인타운에 있는 아를르뇨크 호텔 한식당이었다고 한다. 당시 이들은 서로 만나면 반갑게 웃으면서 인사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했다고 한다. 주변에는 경호원도 없었다고 한다.

    이신욱 교수는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제가 그 식당 주인하고 상당히 가까운 사이여서 이야기를 들었는데, 당시 장성택이 대사관을 통하지 않고 직접 연락해 예약을 잡았던 것 같다”면서 “들어가서 식사를 할 때 거리낌 없이 다니는 모습을 몇 번 봤다”고 전했다.

    이신욱 교수는 이때 호텔 로비에서 한 어린아이가 농구공을 튕기며 놀다가 장성택, 김정남을 만나면 함께 식당으로 향했다고 회상했다.

    이신욱 교수는 “김정은이 1984년생이니까 당시 중학교 1학년 아니면 초등학교 6학년 정도로 보였다”면서 “이때 모습은 굉장히 마른 체형에 스포츠머리를 하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김정은이 호텔 로비에서 농구공을 갖고 놀고 있다가 장성택이 들어오면, 김정남이 김정은에게 “야야, 빨리 들어가자”라면서 데리고 들어가기도 했다고 한다.

    이신욱 교수는 농구를 무척 좋아하는 모습과 호텔 로비에서 농구공을 튀며 노는 행동, 생김새 등으로 볼 때 김정은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신욱 교수는 당시 장성택이 김정남과 김정은을 정기적으로 만난 이유가 이들에게 생활비를 전달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당시 김정남은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암 투병 중이던 성혜림을 돌보고 있었고, 김정남은 스위스 국제학교에서 유학 중이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바탕으로 추정한 것이었다.

    ‘자유아시아방송’에 따르면, 이신욱 교수는 김정남 암살 사건을 조선과 같은 왕조시대에 흔히 있던 궁중 암투 같은 사건으로, 김정은의 과대망상적 사고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평가했다고 한다.

    이신욱 교수는 “이번 사건을 보면 김정은이 강박관념이 상당히 심한 듯 하다”면서 “친족, 이복형을 숙청하는 공포정치를 자행하고 있지만, 결국 그로 인해 정권이 무너질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인터뷰한 이신욱 교수의 증언과 주장이 사실이라면, 김정남과 김정은의 사이는 외부에 알려진 것과 달리 오랜 기간 상당히 좋은 편이었으며, 장성택이 김정일을 대신해 이들을 돌봐줬다는 뜻이 된다.

    이는 김정남 암살과 장성택 처형을 지시한 김정은의 정신 상태가 정상이 아님을 보여주는 증거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