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각으로 500km 비행, 사거리 4,000km될 수도…TEL 이용하면 ‘킬 체인’ 무력화
  • 北선전매체들은 13일 "김정은이 참관한 가운데 '북극성 2형' 미사일 발사시험에 성공했다"고 자랑했다. 사진은 北선전매체가 보도한 '북극성 2호' 발사 장면.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北선전매체들은 13일 "김정은이 참관한 가운데 '북극성 2형' 미사일 발사시험에 성공했다"고 자랑했다. 사진은 北선전매체가 보도한 '북극성 2호' 발사 장면.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이 지난 2월 12일 오전 7시 55분경, 평안북도 구성시 인근 방현 비행장에서 탄도미사일 1발을 동해상으로 쏘았다. 발사 각도는 85도의 고각(高角)이었고, 500km 가량을 날아간 뒤 바다에 떨어졌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직후 한국군은 ‘노동’ 미사일의 개량형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美북미방공사령부가 인공위성으로 관찰한 결과를 한미연합사로 알려준 뒤에는 ‘무수단’ 미사일 개량형으로 추정이 바뀌었다.

    일부 국내 언론에 따르면, 美북미방공사령부가 통보한 내용 가운데는 미사일의 상승 속도와 상승 고도, 대기권 재진입 성공여부 등이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그 결과 북한이 쏜 미사일은 ‘노동’과 같은 ‘전역 미사일’이 아니라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급으로 보게 된 것이다.

    2월 13일, 북한은 ‘노동신문’ 등 선전매체를 통해 “지난 12일 김정은이 참관한 가운데 발사한 미사일은 ‘북극성 2호’로, 이날 발사로 미사일의 대기권 재돌입 및 요격수단 회피성능 등을 시험했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한국군은 더 이상 북한의 탄도미사일 능력을 과소평가하기 어려워졌다. 미국도 북한의 탄도미사일 능력 제거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카드’ 선택의 폭이 줄어들었다. 북한 또한 이제는 국제사회가 생각한 ‘레드 라인’을 넘어선 꼴이 됐다.

    ‘북극성 2호’, 舊소련제 SLBM R-27, 中 JL-1과 다른 점

    국내외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의 ‘북극성 1호’가 舊소련제 R-27을 바탕으로 개량한 것이거나 중공군의 JL-1과 거의 비슷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舊소련의 R-27은 1968년부터 1988년까지 모두 1,800여 기나 만들어진 핵탄두 탑재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이다.

    길이 8.89m, 폭 1.5m에 발사 총중량 14.2톤의 미사일로 1Mt급 핵탄두 1개(초기형) 또는 200kt급 핵탄두 3개(후기형)를 탑재한다. 2단 로켓으로 액체연료를 사용한다. 사거리는 초기형은 2,400km, 후기형인 R-27K는 3,000km 가량 된다. 

  • 北SLBM과 매우 흡사하다는 평가를 받는 중공군 SLBM '쥐량-1호(JL-1)'. ⓒ전미과학자협회(FAS) 홈페이지 캡쳐
    ▲ 北SLBM과 매우 흡사하다는 평가를 받는 중공군 SLBM '쥐량-1호(JL-1)'. ⓒ전미과학자협회(FAS) 홈페이지 캡쳐


    이와 비슷한 SLBM으로는 중공군의 JL-1(쥐량 1호)이 있다. 중공군이 舊소련의 R-27을 모방해 1967년부터 개발을 시작, 1986년부터 배치한 JL-1호는 길이 10.7m, 폭 1.4m, 발사 총중량 14.7톤의 2단 고체연료 추진 미사일로, 사거리는 초기형이 1,770km, 후기형이 2,500km 가량 된다.

    두 미사일의 크기와 형태가 매우 흡사하다보니,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북한의 ‘북극성 1호’가 어느 쪽의 기술을 도입한 것인지를 두고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들보다 훨씬 긴 사거리와 미사일에 달린 조향장치 등을 보면, 북한이 舊소련 또는 중공군의 기술을 그대로 도입한 것은 아니어 보인다.

    따라서 북한이 미사일의 원형(原型)은 1990년대 도입한 舊소련제 R-27에 두고, 추진연료와 제어장비 등은 중국의 기술을 일부 도입, 자체 개발한 것으로 추정할 수도 있다.

    북한이 ‘북극성 2호’를 매우 높은 각도로 쏘아 올려 500km를 날려 보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85도 가량의 고각으로 쏘아 500km를 날아갔다면, 동구권 무기들의 특성에 따라 45도 각도로 발사할 경우 그 사거리는 4,000km에 육박한다. 이는 북한이 쏜 미사일이 한반도와 일본 전역은 물론 오키나와, 괌까지도 타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여기에 핵탄두나 화학무기, 생물학 무기와 같은 ‘대량살상무기’를 장착하면, 문제는 매우 심각해진다.

    현재 서방 국가들이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개발 문제로 예의주시하고 있는 북한과 이란이 2008년을 전후로 고체연료 기술을 서로 공유했고, 두 나라 모두 中공산당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이 의혹을 사고 있다. 북한과 이란, 중국과 러시아가 사실을 공개하기 전까지는 알 수 없지만, 북한과 이란에 대한 세계의 우려와 경고는 갈수록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北 ‘북극성 2호’ 고체연료 사용의 심각성

    北선전매체들이 13일 ‘북극성 2호’의 발사 성공을 알리면서 한국 언론들은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일부 언론은 북한의 ‘콜드 런치’ 성공에 주목하고 있지만, 그보다 더 위험한 부분은 고체연료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북한이 2016년 8월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의 ‘콜드 런치(기체의 압력으로 미사일을 공중으로 밀어올린 뒤 발사하는 방식)’에 성공했다고 주장했을 때 한국과 미국은 이를 믿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12일 미사일 발사는 북한이 ‘콜드 런치’에 성공했음을 보여준다.

  • 北선전매체가 보도한 SLBM '북극성 1호'의 모습. ⓒ北선전매체 화면캡쳐
    ▲ 北선전매체가 보도한 SLBM '북극성 1호'의 모습. ⓒ北선전매체 화면캡쳐


    ‘콜드 런치’ 기술은 사실 발사관에서부터 연료를 점화해 발사하는 ‘핫 런치’와 비교하면 비용도 적게 들고 쉬운 기술이다. 과거 소련은 잠수함 발사관의 재사용과 비용 절감, 더 많은 무기의 장착, 제조과정 단순화를 위해 ‘콜드 런치’ 기술을 주로 사용해 왔다.

    문제는 ‘콜드 런치’가 ‘핫 런치’보다 쉽다고 해도 북한의 기술력으로 과연 개발할 수 있느냐 였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이 ‘콜드 런치’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최소한 2~3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봤지만, 2016년 8월의 지상발사 시험 성공에 이어 2017년 2월 또 성공하면서 그 시기가 매우 앞당겨진 것이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북극성 2호’ 추진체가 고체 연료로 보인다는 점이다. 美북미방공사령부가 한미연합사에 전달했다는 데이터 가운데는 북한이 쏜 미사일의 상승 속도가 마하 10 이상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되었다고 한다. 이와 함께 한미연합사가 미사일 발사를 사전탐지하지 못한 점 등을 종합해 때 ‘북극성 2호’는 고체 연료를 사용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 순항미사일을 사례로 들어 '콜드 런치'와 '핫 런치'를 설명한 자료. ⓒ美슬라이드쉐어 닷컴 화면캡쳐
    ▲ 순항미사일을 사례로 들어 '콜드 런치'와 '핫 런치'를 설명한 자료. ⓒ美슬라이드쉐어 닷컴 화면캡쳐


    북한이 탄도미사일에 ‘고체연료’를 사용할 경우 한미연합사의 미사일 방어계획 또한 수정이 불가피하다.

    한미연합사와 한국군이 계획한 '킬 체인'과 미사일 방어전략은 북한이 탄도미사일에 액체연료를 주입하기 시작하는 징후를 파악하는데서부터 시작된다. 이로부터 발사(공격)까지는 보통 2시간 가량이 걸린다.

    하지만 북한이 최대 200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동식 발사차량(TEL)에 고체연료 추진 탄도미사일을 싣고 기습 공격을 감행할 경우 한미 연합군이 이를 탐지·대응할 시간이 크게 짧아지고, 그 원점을 타격하는 작전도 매우 어려워진다.

    北선전매체들이 12일 발사한 ‘북극성 2호’에 대해 자랑하고 있지만, ‘무수단’ 미사일 또한 이와 동일하게 舊소련제 R-27 미사일을 토대로 만들었다는 점도 간과하면 안 된다.

    북한이 나중에 ‘무수단’ 미사일뿐만 아니라 KN-08과 KN-14에도 고체연료를 채우고, 여기에 ‘콜드 런치’ 방식을 적용한 뒤 이동식 발사차량(TEL)에 실어 실전배치할 경우 미국의 남은 선택은 ‘선제타격’ 이외에는 없어진다.

    이 경우 한국은 엄청난 규모의 ‘부수적 피해’를 감당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에는 그 책임을 질 만한 정치인이 아무도 없고, 이를 내세워 '반미'에 나설 정치인만 득시글거린다는 점도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