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이사 자리 두고 '정치셈법'에 휴업…국회, 2017년 예산도 16억 깎아
  • '북한인권재단' 연내 출범이 사실상 무산됐다. 사진은 통일부 현판 자료사진.ⓒ뉴데일리 DB
    ▲ '북한인권재단' 연내 출범이 사실상 무산됐다. 사진은 통일부 현판 자료사진.ⓒ뉴데일리 DB


    11년 동안 표류하던 '북한인권법'이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해 9월부터 시행됐다. 그러나 북한인권법에 따라 설립돼야 할 '북한인권재단'의 연내 출범은 이사 추천 문제로 결국 무산됐다.

    통일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설립되는 북한인권재단은 북한인권 실태 조사 및 남북인권대화와 인도적 지원과 같이 북한인권 증진과 관련된 연구와 정책개발 등을 수행한다.

    북한인권재단 이사진은 여야 각각 5명, 통일부 장관 추천 2명 등 총 12명이다. 하지만 현재 여야 추천 몫 10명 중 새누리당(5명)과 국민의당(1명)만 국회사무처에 명단을 제출한 상태로, 더불어 민주당은 깜깜 무소식이다.

    절차상으로 여야의 재단 이사 추천 과정이 마무리 되어야만, 국회사무처는 국회의장의 결재를 받고 정부에 명단을 제출할 수 있게 돼 있다.

    더불어 민주당이 이사 명단을 제출하지 않고 있는 이유는 상근 이사직 때문이다. 더불어 민주당은 재단 상근 이사인 이사장과 사무총장 가운데 한 자리를 무조건 야당 몫으로 남겨줘야 한다며 고집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들이 말하는 '야당'은 '더불어민주당'이다.

    북한인권재단의 이사장은 차관급으로 선임된 이사들의 선거로 선출되며, 사무총장은 이사장이 임명하도록 돼 있다.

    더불어민주당 측은 정부와 여당 추천 이사가 7명인 것을 트집잡아 "이사장이 정부 추천 인사 중에 선출될 것이며, 이후 사무총장은 정부 또는 여당 인사 중 1명이 선택될 것이 불을 보듯 뻔 하다"며 자신들이 추천해야 할 이사를 내놓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국회 외교통상위원장인 심재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북한인권법의 국회 통과 당시 기본 취지가 여야 동수에 의한 북한인권재단 설립"이라며 "중요한 북한 인권문제를 여야가 협의해서 다룬다고 했으므로 상근이사 중 1명은 야당 몫으로 해야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 측이 오랜 기간 이사 추천을 하지 않자 통일부 안팎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몽니'를 부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 측이 이 같은 스텐스를 취할 수 있는 이유는 또 있다.

    북한인권법 제12조에는 이사진 구성과 관련된 조항은 포함돼 있으나, 이사 추천 기한을 명시하는 내용이 없다. 즉 정부가 더불어민주당의 이사 추천을 독촉할 수 없다는 뜻이다.

    당초 통일부는 북한인권재단의 연내 출범을 목표로 서울 마포구에 재단 사무실을 마련했지만, 4개월이 넘게 현판식도 못하고 있다. 통일부는 이 상황에 아쉬움만 표하고 있다.

    지난 7일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이 이뤄져야 이사회를 구성해 조직을 만들고 기본계획부터 시작해 업무를 추진할 수 있다"면서 "지금 그런 것들이 다 막혀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는 국회에서 한시바삐 이사 추천을 완료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측이 금주 내로 이사진을 추천한다고 해도 북한인권재단 연내출범은 어렵다. 창립 이사회를 열어 이사장을 선출해야 하고, 상근 이사직인 사무총장 인선과 관련해 정부와 야당의 견해차도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다.

    한편 2017년에 재단이 출범한다고 해도 향후 활동에도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국회는 2017년 통일부 예산 심의과정에서 당초 134억 원이던 재단 운영 예산을 118억 원으로 16억 원 삭감했다.

    이와 함께 북한인권재단 출범 전부터 발생한 불협화음은 재단 출범 이후에도 북한인권보다 정치적 셈법이 우선이 될 것이라는 우려대로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