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조직지도부, 사상검증 실패” vs. “남조선행 사전예방 실패” 의견 충돌
  • 지난 7월 가족들과 함께 한국으로 귀순한 태영호 前영국 북한 대사관 공사.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7월 가족들과 함께 한국으로 귀순한 태영호 前영국 북한 대사관 공사.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7월 英MI6와 한국 국정원, 美정보기관의 합동작전을 통해 태영호 前영국 북한대사관 공사가 한국으로 귀순한 뒤 북한 보위성 고위 간부들이 숙청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연합뉴스’는 지난 22일 정보당국 관계자를 인용 “김정은이 태영호 前공사 등 북한 엘리트층의 한국 귀순에 책임을 물어 北국가안전보위성 간부들을 숙청했다는 첩보를 입수, 현재 확인 중”이라고 보도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국가안전보위성 조직 부부장(차관급), 해외반탐국(해외방첩국) 국장 2명, 과장급 4명 등이 숙청됐다는 설이 나돌고 있다고 한다.

    ‘조선일보’는 23일 대북 소식통을 인용, “노동당 조직지도부와 국가보위성이 태영호 前공사 망명 등을 계기로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 하다 보위부 간부들이 숙청당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노동당 조직지도부는 해외 파견 간부들의 사상 검증을, 보위성은 해외에서 감시를 맡는데, 김정은이 노동당 조직지도부의 손을 들어준 것 같다”면서 “이로 인해 지난 11월 보위성 조직 부부장은 망명 책임을 미뤘다는 이유로, 해외반탐국 국장 2명, 과장급 4명 등은 망명을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숙청돼 수용소에 수감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또한 태영호 前공사의 망명으로 그의 모교인 평양외국어대학도 제재를 받는 것으로 보인다는 소식도 전했다.

    평양외국어대학에 입학한 외교관 자녀들의 경우 외국어가 능통한 덕분에 군복무 없이 곧바로 외무성에 들어가는 것이 관행이었는데 김정은이 여기에 제동을 걸었다는 것이다. 외국어를 잘 해도 체제에 대한 충성도가 의심스러울 경우에는 외교관으로 보내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한편 ‘연합뉴스’와 ‘조선일보’의 보도에 대해 통일부는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23일 통일부는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자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 것 같다”며 관련 내용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연합뉴스’와 ‘조선일보’가 인용한 정보 당국자와 대북 소식통의 이야기대로라면, 지금까지 알려진 ‘김원홍 2인자설’ 또한 사실과 다를 가능성이 높다.

    보위성은 과거 보위부 시절 김정은의 집권과 체제 확립에 앞장서면서 조직원을 늘리고, 인민군과 직접 경쟁을 벌이는 등 세를 과시해 왔다. 때문에 외부에서는 북한의 2인자가 김원홍 보위상일 것이라고 추측해 왔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노동당 조직지도부의 비판을 이겨내지 못했다면, 김원홍 또한 다른 ‘노인 측근’과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