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과거 남조선이 바친 돈으로 삼지연 비행장 짓더니, 이제 중국 돈으로 도로 건설”
  • 지난 9월 말 북한이 선전매체를 통해 공개한 수해복구 현장.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9월 말 북한이 선전매체를 통해 공개한 수해복구 현장.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 김정은 집단이 태풍으로 피해를 입은 지역에 대해 ‘수해복구’를 한다며 대외적으로도 손을 벌린 적이 있다. 하지만 실상은 ‘수해복구’를 핑계 삼아 군사적 용도의 건설도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15일 북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북한 당국이 ‘수해복구 200일 전투’에 군용도로 복구공사를 끼워넣었는데, 현재도 공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자유아시아방송’에 따르면, 북한 당국이 ‘수해복구’라며 공사 중인 도로는 양강도 백암군 선군청년발전소에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까지 이어지는 낡은 도로라고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노면이 울퉁불퉁하고 깨진 곳이 많아 사용을 제한해 왔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양강도 소식통은 “이 군용도로 복구는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의 특별 지시로 진행되고 있다”며 “공사는 양강도 도로여단이 주축이 되어 각 기관, 기업소들이 힘을 보내 2017년 5월까지 무조건 끝내야 하는 과제로 돼 있다”고 전했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이 군용도로는 복구가 시급할 정도로 금이 가고 상태가 좋지 않다. 지난 9월에 닥친 수해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이미 오래 전부터 도로가 망가진 상태였다”면서 “이 도로를 수해복구 대상에 포함시켜 중국으로부터 지원받은 복구자재 상당량을 군용도로 복구에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현재 북한 당국이 문제의 군용도로를 단순 복구만 하는 게 아니라 확장까지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양강도의 다른 소식통은 “백암 선군청년발전소까지 연결된 군용도로를 2017년 5월까지 완전복구하기 위한 결의모임이 도처에서 열리고 있으며, 모임에서는 주민들에게 도로복구에 필요한 물자를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인민반 회의에서는 매번 ‘도로복구 과제를 완수하자면 물질적 지원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면서 “추위에 언 도로를 파헤치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돈, 식량, 솜옷, 솜장갑, 소금, 된장 등의 다양한 물자가 필요하니 성의껏 지원물품을 내라고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의 강요로 형편이 어려운 주민들은 땔감을 바치는 경우도 있는데, 추운 겨울임에도 주민들을 혹사시키며 군용도로 복구를 다그치는 당국에 대한 의혹과 불만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영하 20℃를 오르내리는 혹한 때문에 도로를 파헤치는 것도 매우 힘들어 현재는 공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김정은 집단은 주민들에게 “빨리 공사를 진행하라”고 독촉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이 전한 소식통들의 이야기 가운데는 눈길을 끄는 부분도 있었다.

    ‘자유아시아방송’에 따르면, 소식통들은 “현재 군용도로 복구에 동원된 차량 등 장비, 복구자재 대부분이 중국 정부가 제공한 수해피해 지원물자”라고 주장하면서 “과거 남조선의 지원금으로 삼지연 비행장을 건설하더니 이제는 중국 지원으로 군용도로를 복구하고 있다”는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소식통들이 전한 내용대로라면, 현재 김정은 집단이 건설 중인 도로는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 있는 핵실험 단지로 이어지는 군용도로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도로와 북한에서 그나마 가동하는 발전소 간의 도로를 복구한다는 것은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전력’과 물자 공급을 원활하게 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