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페북 한글 빅데이터 공개" 큰소리..뚜껑 열어보니 빈수레만…

  • 지난 13일 열린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선 출마자들 못지않게 '개표 상황'을 중계하는 방송사간 경쟁도 치열했다. KBS·MBC·SBS등 지상파 3사와 YTN·연합뉴스TV 등 보도전문채널, TV조선·JTBC 등 종합편성채널들은 각자가 지닌 장점들을 최대한 활용, 개표 방송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채널 전쟁'을 벌였다.

    막강한 방송 인프라에 공동 출구조사 결과까지 확보한 '지상파 3사'가 볼거리 면에서 '기선 제압'을 했다면, 보도전문채널과 종편사들은 유명 패널들을 활용한 '판세 예측'과 신속하고 정확한 현황을 보도하는데 중점을 뒀다.

    특히 이번 개표 방송에선 '페이스북'과 손을 잡은 일부 방송사들이 온라인을 통해서 투표·개표 현황을 중계하는 새로운 방식이 도입돼 눈길을 끌었다.



  • JTBC가 자랑하던 '빅데이터', 선거와 무관한 정보로 빈축

    TV조선도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개표 현황을 중계했지만, 페이스북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한 방송사는 JTBC였다. 지난 6.4 지방선거 당시 지상파 3사 출구조사 결과를 무단 사용한 사실로 곤욕을 치른 JTBC는 이번 총선에선 출구조사를 활용한 방송은 포기하는 대신, 국내 최초로 페이스북의 방대한 '빅데이터'를 이용한 개표 방송을 진행하겠다고 공언했다.

    선거 직전, 페이스북 본사의 케이티 하베스 부사장은 'JTBC 뉴스룸' 에 출연해 "JTBC뉴스는 한국에서 가장 신뢰 받는 언론이며 손석희 앵커는 가장 신뢰 받는 언론인"이라고 추켜세웠다.

    이처럼 JTBC뉴스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협약을 맺었다고 밝힌 페이스북은 "지금껏 한 번도 공개한 적이 없었던 페이스북의 '한글 빅데이터'를 선거 당일 공개하겠다"고 공표했다. JTBC도 "페이스북 이용자들이 남긴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미국 본사 정치분석팀이 분석, 그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혀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본 결과, 페이스북을 활용한 JTBC의 보도는 극히 미미했다. 페이스북이 자랑하는 방대한 분량의 한글 빅데이터는 '시간 관계상' 다 보여주지 못했고, 분석 결과도 빈약하기 그지 없었다.



  • 페이스북과 '이원 생방송'으로 개표 결과를 발표하고, 'JTBC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손석희 앵커와 패널들의 비하인드 컷을 공개하는 시도 등은 "비교적 참신했다"는 평을 받았으나, 막상 미국 본사 정치분석팀이 주도했다는 '한글 빅데이터' 분석 결과는 "허무 개그에 가깝다"는 평이 많았다.

    이날 JTBC 스튜디오에 출연한 페이스북 코리아의 이주원 팀장은 "올해 1월 10일부터 4월 10일까지 90일간 페이스북 이용자 19만명의 '교류량(2,800만건)'을 수집·분석했다"며 "이들이 누르는 '좋아요', '공유', '댓글'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이들의 관심이 어디에서 어디로 어떻게 흘러갔는지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 팀장은 "'정당 이름에 대한 교류량 분석'에선 2월 4일 공천갈등이 시작된 시점에 새누리당 이름과 관련된 교류량이 급증했고 '각당 대표 교류량 분석'에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각각 '옥새 파동'과 '사퇴 발언'을 했을때 교류량이 가장 많았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 팀장은 "'지역별로 본 정당별 교류량'에선 새누리당은 경상남북도가 활발하고, 호남은 저조한 것으로 집계됐고, 더불어민주당은 전남과 제주도는 많고, 경북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국민의당은 호남에서, 정의당은 서울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교류량을 보였다"고 소개했다.



  • 문제는 페이스북에서 공개한 선거 관련 '빅데이터 분석'이 여기까지였다는 것. 방송에 출연한 이 팀장은 이용자들의 누르는 '좋아요'와 '공유' 등의 횟수를 분석, 각당의 지지자들이 정치 이슈가 발생했을 때 SNS 활동을 많이 한다는 결과를 공개했다.

    그러나 이같은 분석은 굳이 통계 분석을 거치지 않아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상식'에 불과했다. '옥새 파동'이 일어났을때 김무성 대표와 관련된 페이스북 교류량이 늘어나는 건 당연지사.

    새누리당의 페이스북 교류량이 경상도에서 활발하고 호남에서 저조한 것도 누구나 예측 가능한 내용이었다. '테러방지법'과 '대북제재' 문제가 불거졌던 2월에 안보외교 분야에 대한 페이스북 교류량이 늘어난 것도 뻔한 이치였다.

    이처럼 정보로서의 가치가 전혀 없는 '무의미한 SNS 교유량'를 소개한 이 팀장은 "다음으로는 각 당 대표를 팔로워하는 이용자들의 패턴을 알아보는 교차 분석을 해봤다"며 또 다른 통계 자료를 꺼내들었다.



  • 이 팀장이 공개한 분석 자료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팔로워하는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스포츠스타는 김연아고, 이들이 제일 관심을 갖는 영화가 '람보'"라는 어처구니없는 통계 결과였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팔로워하는 사람들이 영화 '인셉션'을 즐겨보고, 가수 싸이를 좋아한다는 사실이 이번 총선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스튜디오에 앉아 있던 손석희 앵커도 다소 민망했던지 "이런 자료들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어쨌든 뒷부분은 재미있었다"는 알쏭달쏭한 촌평을 남겼다.

    결과적으로 JTBC는 선거 상황이나 판세 예측과는 전혀 거리가 먼, 잡다한 자료들을 '페이스북 한글 빅데이터 분석'이라고 선전, 전국의 시청자들을 우롱하는 우(愚)를 범하고 말았다는 분석이다.

  • KBS, '잔기술' 대신, 심층적 토론·분석으로 눈길

    JTBC가 '빈수레가 요란한' 방송을 할 동안 KBS는 각종 용어는 물론 여론조사와 출구조사 결과가 다르게 나온 이유를 상세히 설명하는 등 시청자의 이해를 돕는, 기본에 충실한 방송으로 시청자의 이목을 사로 잡는 성과를 거뒀다.

    시청률 조사회사인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13일 오후 4시부터 진행된 KBS의 20대 총선 개표방송 ‘선택! 대한민국’은 지상파 3사와 종합편성채널이 동시에 실시한 개표방송 가운데 모든 시간대에 걸쳐 시청률이 가장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출구조사 결과가 공개된 오후 6시대의 경우 KBS(개표방송 2부)가 10.4%로, 4.0%에 그친 MBC와 SBS의 3.8%보다 두 배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고, 후보별 승패의 윤곽이 드러난 밤 10시부터 자정까지(개표방송 4부)도 시청률 10.7%를 기록해 다른 방송사들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 페이스북 등으로 '잔기술'을 부리는 대신, 심층적인 토론과 분석으로 공영방송다운 모습을 선보인 KBS는 선거방송 최초로 국회 로텐터홀에서 실시간 투개표 정보를 AR(증강현실)쇼로 전달하는가 하면, 폭 24미터 높이 4미터의 'K-월(Wall)'을 통해 '아이맥스 영화관'을 연상케하는 풍부한 불거리도 제공했다.

    선거 대결 양상을 각종 '요리'에 대입시키는 파격적인 구성도 KBS의 시청률을 끌어 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이날 '요리 인류'로 유명한 이욱정 PD를 과감히 투입시킨 KBS는 천하장사 출신 이만기 후보의 출구 조사 결과를 소개할 때 "뒤집기 한판! 이번엔 누구?"라는 자막과 함께 실제로 부침개를 뒤집는 자료 화면을 내보내 웃음을 자아냈다.

    이외에도 "다져온 기반..승리는 나의 것!"이라는 자막에, 마늘을 다지는 장면을 삽입하는 등, 예측 조사 결과를 맛깔나는 요리로 표현해 말 그대로 '장르 파괴'의 전형을 선보였다는 평가.

  • MBC 출구조사 결과, 3사 중에서 가장 정확

    MBC는 당선 확률 예측시스템인 '스페셜M'을 통해 지난 2014년 100% 적중률을 기록했던 '신화'를 2년 만에 재현했다. 통계학 석학들이 6개월을 투자해 개발한 '스페셜M'은 출구조사 결과와 개표 현황, 역대 선거에서 나타난 유권자 성향 등을 분석해 예측 보도의 오차범위를 최소화했다.

    실제로 MBC는 지상파 3사 중에서 출구조사 결과의 정확도가 가장 높았다. MBC는 이날 출구조사에서 새누리당은 118~136석, 더불어민주당은 107~128석, 국민의당은 32~42석을 얻을 것이라고 보도해 '새누리당의 몰락'과 '국민의당의 선전'을 거의 근사치에 가깝게 예측했다.

    이외에도 MBC는 초당 2.5m의 속도로 360도 회전하는 '로봇M'이 95인치 디스플레이 2개를 동시에 움직이며 데이터를 전달하는 등, 비주얼 면에서도 진일보한 방송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회 본회의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모습의 가상 현실 공간 'M존'도 MBC가 이번 방송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신기술이었다.



  • SBS, '재미' 강조한 '병맛 패러디' 방송 화제


    KBS와 MBC가 화려한 CG와 정보 전달력으로 승부를 걸었다면, SBS는 '재미'를 강조한 이색적인 편집 스타일로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일단 SBS는 기존의 선거 방송에선 접하기 힘들었던 유명 팝송과 가요를 과감히 BGM으로 사용하고, 블록버스터 영화(반지의 제왕)와 사극의 명장면을 패러디, 실제 선거 상황에 대입시킴으로써 정치에 무관심한 시청자라할지라도 충분히 흥미를 갖고 지켜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번 선거 방송의 키워드를 재미·감동·정보로 손꼽은 SBS는 김무성·김종인·안철수가 3자 대결을 벌이는 '총선 삼국지', '징비록'을 패러디한 '총선록',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를 패러디한 '잠룡이 나르샤' 등을 별도의 콩트로 구성하고, 그 안에 예측 조사 결과를 삽입하는 새로운 형식의 개표 방송을 선보였다.



  • 이재오 후보의 개표 현황을 소개할 때 "be MBtious"라는 문구를 삽입하고, 앞날을 알고 싶다고 찾아온 안철수에게 한 도사가 "그대가 원하는 게 바람이 아니오?"라고 답하는 등, 마치 예능프로그램을 보는 듯한 '병맛 자막'도 시청자들의 관심을 끄는 요소가 됐다는 분석.

    기본적으로 게임 '철권'을 보는 듯한 현란한 화면 구성과 드라마틱한 스토리텔링, 풍부한 애니메이션 효과가 방송 3사 중 가장 뛰어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뿐만 아니라 사전투표가 시작된 8일부터 '모바일 선거 방송'을 시작한 것도 현명한 선택이었다는 분석. 타 방송사들이 손을 놓고 있는 동안 SBS는 카카오톡과 포털사이트 다음을 통해 'SBS 국민의 선택 프롤로그' 방송을 시작해 눈길을 끌었다.

    전원책 변호사와 정봉주 전 의원, 역사전문가 설민석을 앞세운 SBS의 모바일 방송은 선거 당일에도 젊은층을 TV 앞으로 끌어모으는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 [사진 = KBS / MBC / SBS/ JTBC 방송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