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록의 커피이야기]

마음 맞는 사람과 차 마시는 건 즐거운 일 !

온기가 몸으로 번지고 고단함 위로 받는 느낌

김정원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5.11.27 00:2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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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의 첫 만남]

2013년 여름. 아침부터 기다리는 손님들이 줄을 이었다. 가게 문을 열기도 전에 이미 기다리고 계신 손님들에게 커피와 빙수를 내어드리고 또다시 밀려드는 주문에 정신이 없었다.

길게 늘어선 줄을 보며 뿌듯한 마음도 잠시. 금세 머릿속은 2호점에 대한 생각으로 무거워졌다. 새로운 시작은 늘 그렇듯 험난하고 어려웠다.

부담감과 피곤함이 어깨에 내려앉고 구슬땀이 흐르기 시작한 오후 한 여학생이 나를 찾아왔다. 예전에 대학에서 강의를 할 때 내 강의를 수강한 제자였다. 꽤나 시간이 흘렀음에도 잊지 않고 나를 찾아준 여자아이는 어느새 어른이 되어 있었다.

잠시 시간을 내달라는 여자아이에게 커피를 내어주고 자리에 앉았다. 자문을 구하고 싶어서 왔다고 했다. 자문을 해주기엔 아직 내 스스로가 부족하다고 생각됐지만 내 도움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도와주고 싶었다.

그 친구가 물었다. “선생님은 왜 커피를 배우게 되셨어요? 커피를 원래 좋아하셨어요?” 그 친구의 질문은 나의 오래된 기억을 되살리게 만들었다. 한약인가? 혀끝에 닿은 아메리카노의 첫 느낌은 생각보다 유쾌하지 않았다. 꽤나 선선한 가을비가 내리는 어느 저녁 카페에 혼자 앉아 커피를 마시는 다른 사람들을 보노라면 영화의 한 장면처럼 운치가 있어 보였는데 말이다.

 따스한 눈빛을 주고받으며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내 옆 테이블의 커플은 쓰디 쓴 ‘검은 물’을 마시면서도 웃고 있었다. 문득 내 옆이 더 허전하게 느껴졌다. 혀끝을 맴도는 이 씁쓸함이 커피 때문인지 아니면 텅 비어있는 내 옆자리 때문인지 모르겠다. 아! 아니다. 내 머릿속을 가득채운 복잡한 상념이 나와 커피의 첫 만남을 방해하는 것 같다.

눈을 감고 다시 한 번 커피를 음미해봤다. 자꾸만 파고드는 상념을 떨쳐내려 애쓰면서, 부슬부슬 내리는 가을비에 떨어지는 낙엽이 꽤나 낭만적이라 생각하면서, 그 순간 조금전엔 느끼지 못했던 커피의 진한 여운이 느껴졌다.

입술에 닿았던 따뜻한 온기와 한입가득 머금고 있던 커피를 삼키고 난 후 느껴지는 그 무겁고도 진한 여운과 잔향이…. 다시 한 모금 목으로 넘겼다. 따뜻한 온기가 온몸으로 번지고 오늘하루의 고단함이 위로를 받는 느낌이었다. 이 맛에 커피를 마시는 구나. 친해지지 못할 것 같았는데 한잔가득 담겨있던 커피의 양이 반으로 줄어드는 동안 우린 꽤 가까워졌다.

빗물에 유리창이 흐려졌다. 꼭 내 마음이 그랬다. 앞으로의 막연함, 어깨를 짓누르는 부담감이 내 시야를 흐려지게 만들었다. 나는 커피한잔을 핑계 삼아 지친 일상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고 싶었던 것 같다. 기대감 없이 시켰던 아메리카노 한잔이 온전한 나만의 시간을 가지게 해주었다.

 여유로움을 느꼈고 위로를 받았다. 편한 친구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은 것처럼 마음이 편안해졌다. 무슨 이유로 사람들이 커피를 찾는지 그때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가질 수 있는 작은 여유라서가 아닐까. 그 뒤로 나는 매일 커피를 찾게 되었고 좋아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청주의 유명한 관광명소인 수암골드라마촌에서 풀문이라는 카페를 운영하면서 전국에서 찾아오는 커피애호가들과의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로스팅을 하고 커피를 내리는 게 일상이 되었다.

 나를 찾아온 그 친구에게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만든 커피가 다른 누군가에게 즐거움이 되고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 내가 느꼈던 감정을 전해주고 싶었어. 그리고 또 한 가지. 마음이 맞는 사람과 차를 마신다는 건 참 즐거운 일이야. 그 행복을 알게 되었어. 그것이 내가 커피를 배우고 좋아하게 된 이유이기도 해.(풀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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