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0만원 받고 북한인권운동가 동향 파악해 제공…“필리핀 조폭 불러 암살하자”
  • 장성택 숙청을 보고 회의감을 느낀 북한 대남공작원이 귀순하면서 그의 지령을 받았던 하수인들도 검거됐다. ⓒTV조선 관련보도 화면캡쳐
    ▲ 장성택 숙청을 보고 회의감을 느낀 북한 대남공작원이 귀순하면서 그의 지령을 받았던 하수인들도 검거됐다. ⓒTV조선 관련보도 화면캡쳐


    서울중앙지검 공안 1부(부장 백재명)은 지난 28일 자동차 AS센터 직원 박 모 씨(55세)를 구속했다. 검찰이 박 씨를 구속기소한 혐의는 국내 북한인권운동가 암살을 시도했기 때문.

    박 씨와 함께 구속된 김 모 씨(63세)의 행적을 보면, 북한 대남공작원의 ‘마수(魔手)’가 어떻게 뻗치고 있는 지를 짐작할 수 있다.

    북한 대남공작원을 처음 만난 것은 김 씨였다고 한다. 택배 기사인 김 씨는 2009년 11월부터 2010년 10월까지 북한 공작원 장 모 씨의 지령을 받고, 故황장엽 前노동당 비서,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박 씨를 ‘고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만남을 주선한 것은 박 씨의 중고교 동창 김 모 씨(55세)였다고 한다.

    박 씨는 김 씨에게 “황장엽의 소재를 파악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황장엽 비서, 강철환 대표의 동선과 주요 일정 등을 제공한 대가로 2,600만 원을 받았다고 한다.

    이때 박 씨는 “내가 국정원 직원 두세 명과 잘 안다. 대신 자료를 구하는데 시간은 좀 걸린다”고 김 씨에게 말한 뒤, 황장엽 비서, 강철환 대표 등의 자료를 건넸는데, 실제 그가 제공한 자료는 모두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을 수 있는 것이었다고 한다.

    박 씨는 또한 김 씨에게 “황장엽과 강철환, 박상학(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 김성민(자유북한방송 대표) 등을 암살할 수 있는 사람을 알아봐 달라”는 부탁을 받고선 “필리핀 조폭을 불러 ‘처리(암살)’하자”고 모의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박 씨는 김 씨에게 ‘자료 입수비’ 명목으로 먼저 1,000만 원을 받아 챙겼고, 필리핀 조폭을 섭외하는 데 필요하다며 ‘활동비 10억 원’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한다. 

    박 씨와 김 씨가 이처럼 황장엽 비서 등을 암살하려 했지만, 2010년 10월 황장엽 비서가 사망하면서 ‘공작’은 물거품이 됐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박 씨와 김 씨의 ‘황당한 암살공작’이 드러나게 된 것은, 장성택의 공개처형을 알게 된 북한 대남공작원이 한국으로 귀순하게 되면서다.

    이 귀순 대남공작원이 한국 정보기관에 자신의 공작활동을 털어놓으면서 '필로폰 제조 기술자'인 김 씨가 북한 공작원의 도움을 받아 필로폰 70kg을 제조한 뒤 이중 절반을 나눠 가졌다는 사실도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