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시 목재문화체험장서 3~5일 나미나라공화국‧영천시 ‘이름나는 새 명소 표지판 만들기’ 프로젝트강우현 나미나라공화국 부회장‧최기문 영천시장 의기투합…새로운 농촌 실험
  • ▲ 강우현 나미나라공화국 부회장이 4일 영천시 목재문화체험관에서 열린 이름나는 새 명소 표지판 만들기 프로젝트 행사에서 최기문 영천시장, 농민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김정원 기자
    ▲ 강우현 나미나라공화국 부회장이 4일 영천시 목재문화체험관에서 열린 이름나는 새 명소 표지판 만들기 프로젝트 행사에서 최기문 영천시장, 농민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김정원 기자

    ‘영천 일환포도’, ‘주산농원’, ‘행복농장’, ‘좋게 보고 좋은 생각 좋은 말’, ‘전재범 별별 농원’, ‘김봉근 포도농장 동그라미’, ‘청포도 샤인 농장 동그라미’, ‘홍포도 청포도’, ‘백학산 머루 샤인 농장’, ‘까치樂골’, ‘애플매니아’, ‘해피퀸 농장’, ‘보물 공방’, ‘홀로 있으면 생각할 수 있어 좋고 함께 았으면 사랑할 수 있어 좋습니다.’
     
    영화배우 고 신성일 씨의 고향으로 유명한 경북 영천시 화북면 입석리 영천문화체험장에서 3~5일 농민들이 농장 이름을 짓고 만드는 ‘이름나는 새 명소 표지판 만들기’ 행사장은 귀가 멍멍할 정도로 글라인더 소리로 우렁찼다.

    표지판 만들기에 참가한 농민들은 “내 농장의 이름을 갖는 것이 어려운 줄만 알았는데 농장이름과 표지판을 다듬고 새기다 보니 이보다 더 멋진 일은 없다. 앞으로 농사도 더 잘 짓고 내 이름이 들어간 농산물을 책임감 있게 시중에 내놓을 수 있게 됐다”며 매우 만족스러워 했다.

    이날 이벤트에 참가한 30여 명의 농민들은 “내 이름이 들어간 농장 표지판을 만들고 보니 마치 수확한 농산물을 거둬들이는 일 같았다”면서 “세상에서 하나뿐인 농장이름이 담긴 표지판을 만들며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고 흐뭇해 했다.

  • ▲ 강우현 나미나라공화국 부회장이 나무목재에 농장이름을 새길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최기문 영천시장이 강우현 부회장의 붓글씨 쓰는 것을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다.ⓒ김정원 기자
    ▲ 강우현 나미나라공화국 부회장이 나무목재에 농장이름을 새길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최기문 영천시장이 강우현 부회장의 붓글씨 쓰는 것을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다.ⓒ김정원 기자

    ‘이름나는 새 명소 표지판 만들기’는 농민들이 농장이름이 없다는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 나미나라공화국 강우현 부회장(67‧탐나라공화국 대표)과 최기문 영천시장이 의기투합해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이벤트에는 강 부회장이 농민들이각자 지어온 농장이름을 붓글씨로 멋지게 밑그림을 그려 놓으면 농민들은 사포로 거친 표면을 다듬고 글라인드로 홈을 판 뒤 그 위에 한자 한자 심혈을 기울여 페인트칠을 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무엇보다 농민들은 농장이름을 새기고 페인트칠한 것은 난생 처음 하는 일어어서 그동안 없었던 농장이름을 가진 것도 매우 흐뭇한 일인 데다 자신의 이름과 부인, 그리고 자식들의 이름을 조합해 만든 농장이름을 보고 매우 재미있고 평생 가장 의미 있는 일을 했다는 표정이었다.

    이날 제작된 표지판은 행사 마지막 날인 5일 각 농장에 세우는 것으로 모든 일정이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특히 강우현 대표가 붓으로 글씨를 거꾸로 써내려가는 모습은 퍽이나 이색적이었다.

  • ▲ 농민들이 농장이름을 새기기 위해 글라인드로 홈을 파고 있다.ⓒ김정원 기자
    ▲ 농민들이 농장이름을 새기기 위해 글라인드로 홈을 파고 있다.ⓒ김정원 기자

    이날 이벤트는 최기문 영천시장(67)이 강우현 부회장에게 삼고초려를 한 끝에 이뤄졌다. 행정고시 출신으로 경북지방경찰청장과 제11대 경찰청장을 지낸 최 시장은 지난 6‧13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의 텃밭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입지적인 인물이다.

    강 부회장과 최 시장의 조합은 어떻게 이뤄졌을까?

    최 시장이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아이디어뱅크로 불리는 강 부회장을 만나기 위해 그가 대표로 있는 제주도(탐나라공화국)를 무작정 방문한 것이 계기가 돼 결실을 맺게 됐다.

    강용구 씨(66‧화남면 삼창리)는 “농장 이름을 ‘벌벌 삼창농원’으로 지어 남에게 보여줄 수 있고 내 포도라는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고 농사를 지을 수 있다. 앞으로 더 좋은 농사를 지을 수 있을 것 같다”며 더욱 자신감과 의욕을 보였다.

    귀농 5년 차로 사과농사를 짓고 있는 영천시 화남면 구전리 조옥수 씨(43‧여)는 “농장이름은 있었으나 예쁜 이름의 간판은 없었다. 직접 농장이름을 짓고 표지판을 깎고 만드니까 농장에 대한 애착이 더 가고 농장을 더 예쁘게 가꾸고 싶다는 생각도 더 든다. 애플메니아 농장이름을 창고 벽에 붙이면 잘 어울릴 것 같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조 씨는 “농장이름을 갖게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변사람들도 함께 농장이름을 지으라면 다들 좋아할 것 같다”고 추천 의사를 밝혔다.

    영천시 문화관광해설사로 이날 행사에 참여한 전민욱 씨(60)는 “농민들이 마음속에 가지고 있던 것을 한 번도 꺼내 쓰지 못했으나 이 작업을 하면서 마음속에 있는 것을 꺼내서 나무에 새겼다. 특히 농민들이 자기 정체성을 알게 된 좋은 계기가 됐다”고 이날 행사의 의미를 평가했다.

    그러면서 “해설사들도 이름나는 새 명소 표지판 만들기에다 색과 스토리를 입혀서 교감할 필요가 있다. 농촌관광은 이처럼 보여주기식 외에 감성이 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 ▲ 한 농민이 목판에 새긴 농장이름 위에 공을 들여 페인트칠을 하고 있다.ⓒ김정원 기자
    ▲ 한 농민이 목판에 새긴 농장이름 위에 공을 들여 페인트칠을 하고 있다.ⓒ김정원 기자

    이날 행사를 주관한 김종욱 영천시 산림녹지과장은 “추진 동기는 시장님이 강우현 대표와 만나 열악한 재정과 관광자원이 없는데 돈 안 들이고 할 수 있는 것이 없느냐고 아이디어를 구해 과수원에 자기만의 고유의 이름을 달면 좋은 볼거리가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김 과장은 “영천시 화남면 예천‧대천리 두개 마을의 포도농장 위주로 표지판을 먼저 만들었다. 오늘 행사가 입소문을 타 농민들이 만들어 줄 것을 요구하면 나무를 충분히 확보해서 제공할 생각이다. 내년 3월 목재문화체험관 개관 전에는 무료를 재료를 제공할 계획”이라며 “오늘 이벤트를 문화와 접목하면서 상당히 호응이 좋았다.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에 자신의 이름을 내놓는다면 책임감을 더 느끼지 않겠느냐”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 과장은 “처음에 사람들은 경상도 사람들의 특유의 ‘어디 보자’ 덤덤히 하더니마는 30분도 안돼 탄력을 받아 서로 하려고 했고 마을에 전화해서 이벤트에 참여하라고 이야기 하는 등 금새 소문을 냈다”며 농민들의 좋은 반응을 전했다. 

    강 부회장은 “저렇게 열심히 하는 농사꾼을 봤냐. 누구든지 먼저 손을 내밀며 잠시라도 도와주면 큰 보람을 느낀다. 하루 만에 이렇게 많은 농민들이 나올 수가 없다. 농장이름을 짓고 표지판을 새기는 일을 스스로 배우고 스스로 행하니까 만족도가 높다. 돈 주고 시키는 것이 아니라 내 이름과 가족의 이름이 들어간 농장이름을 새겨 넣고 표지판을 만드니 포도생산도 내 이름을 걸고 하겠다는 생각이 더 간절하게 들 것이다. 나는 자극만 주는 일을 했을 뿐이고 농민들이 다 했다”며 겸손해 했다.

    강 부회장은 “영천포도는 유명한데 영천포도를 만드는 농장은 이름이 하나도 없다. 우선 이름을 짓고 간판을 달다보면 포도농장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작은 관광매체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시작했다”며 ‘이름나는 새 명소 표지판 만들기’ 이벤트를 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강우현 부회장과 최기문 영천시장의 의기투합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벌써부터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 ▲ 최기문 영천시장과 김종욱 영천시 산림녹지과장이 농장이름이 새겨진 표지판을 살펴보고 있다.ⓒ김정원 기자
    ▲ 최기문 영천시장과 김종욱 영천시 산림녹지과장이 농장이름이 새겨진 표지판을 살펴보고 있다.ⓒ김정원 기자

    최기문 영천시장은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생각에 착안해 지역주민들이 직접 참여해서 자기가 살고 있는 농촌을 관광자원 화하는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큰 예산을 들이지 않고 농촌관광을 활성화시키는 그런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늘 행사를 계기로 지금까지 아무 이름도 없이 포도를 판매했으나 농민들의 생각도 많이 바뀌는 것 같다”면서 “오늘은 포도농장을 했으니 소문이 나면 다음은 복숭아, 살구농장, 그리고 한우농장 이름을 개성 있는 이름으로 새로 지으면 관광명소가 될 것 같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는 강 부회장과의 인연에 대해 “강 부회장과의 인연은 제주 탐나라공화국을 방문하고 시청 공무원들에게 특강을 하는 등 세 번째 만남이다. 내년 초 강 부회장으로부터 관광자원에 대한 강의를 들을 예정이다. 영천에서 생산되는 한우는 맛이 좋다. 영천한우를 전국에 알리기 위해 영천한우에다 삼다수로 푹 고은 사골을 상품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최 시장은 “주변의 좋은 의견을 많이 듣고 강 대표님의 아이디어 하나하나를 프로젝트로 진행하면 우리 농촌이 많이 활성화될 것 같다”고 부연했다. 

    강 부회장과 최 시장은 최근 의기투합한 것을 계기로 영천한우를 제주도 삼다수로 푹 고은 영천 한우곰탕을 개발해 곧 내놓는다. 영천에서 기른 한우와 제주 삼다수와의 ‘코브랜딩(Co-branding)’을 통해 새로운 브랜드로 만드는 실험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