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5대 시장 청주육거리시장, 흥정소리로 ‘시끌벅적’ 조선말기 시장형성…광복쌀상회‧금강설렁탕‧남주동해장국집 유명
  • ▲ 전국 5대 시장 중 하나인 충북 청주 육거리시장에는 장을 보기 위해 시장을 찾은 고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김정원 기자
    ▲ 전국 5대 시장 중 하나인 충북 청주 육거리시장에는 장을 보기 위해 시장을 찾은 고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김정원 기자

    전통시장은 상인과 고객들이 물건을 흥정하는 소리로 시끌벅적하다. 전통시장은 대형마트와는 달리 ‘흥정’과 ‘덤’이 있다. 무엇보다도 시장은 서민들의 삶과 애환이 물씬 풍기고 생기가 도는 삶의 현장이다.

    어릴 때 5일마다 장이 서는 전통시장에는 뻥튀기 아저씨가 “뻥이요”하면 귀를 막곤 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원숭이를 나무상자 위에 올려놓고 약을 판매했던 ‘원숭이 쇼’는 시골에서 흔치 않은 재미있는 구경거리였다. 뱀 장수는 나무상자 속에 뱀을 갖춰두고 잔뜩 뜸을 들인다. 뱀 장수가 “애들은 가라”고 손을 내저으면 움칫 놀라 조금 물러서기를 반복한다. 아이들은 좀처럼 뱀을 꺼내 보여주지 않는 뱀 장수를 야속해 하며 어께넘어로 뱀을 꺼내 보여주기를 학수고대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또한 전통시장에서 엄마가 사준 찐빵은 집에서는 좀처럼 느껴 볼 수 없었던 그 맛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그뿐이 아니다. 엄마는 아들에게 바지를 사주고 점심으로 팥죽‧호박죽을 얻어먹었던 기억이 또렷하게 남아있다.

    장터는 생필품과 의류 등 각종 물건을 구입하는 시장이기도 하지만, 이웃동네 사람들과의 정보교류의 장이기도 하다. 이웃마을 박 씨의 아들이 대학에 합격했고, 건너마을 김 씨의 딸이 혼인을 한다는 소식은 자연스럽게 이 마을, 저 마을로 입소문을 내는 메신저의 역할을 하기 마련이다. 또한 각종 농사정보와 농사기술 등이 전수되는 장이 되기도 했다.
     
    전국 5대 시장의 반열에 든 충북 청주육거리시장(청주시 상당구 청남로 2179번길 42)도 예외는 아니었다.

    충북 청주육거리시장은 청주 도심을 가로질러 흐르는 무심천 변에 우시장이 생기면서 장이 서기 시작했다. 우시장 근처에는 농산물과 나무장사가 있었고 국밥집, 농기구를 만드는 대장간이 육거리시장의 시초다. 육거리시장에는 지금도 해장국집과 농기구 판매점이 문을 열고 있다.

  • ▲ 청주 육거리시장은 매일 아침 새벽시장(도깨비시장)이 열린다. 이른 아침 한 상인이 배추를 노점에 펼쳐놓고 고객을 기다리고 있다. ⓒ김정원 기자
    ▲ 청주 육거리시장은 매일 아침 새벽시장(도깨비시장)이 열린다. 이른 아침 한 상인이 배추를 노점에 펼쳐놓고 고객을 기다리고 있다. ⓒ김정원 기자

    육거리시장은 여섯 갈래의 길이 만나는 중심에 위치한다고 해서 육거리사장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 시장은 자연발생적인 시장으로써 조선 말기에도 시장이 형성됐고 6‧25이후 시장규모가 커지기 시작했다. 지금의 육거리시장은 1970년대부터 형성돼 자리를 잡았다.
     
    육거리시장이 번성하게 된 것은 무엇다도 접근성이 뛰어난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재래시장은 그야말로 없는 것이 없다. 가수 조영남 씨의 노랫말처럼 ‘있을 것은 다 있고, 없는 것은 없다.’ 육거리시장에서 판매되는 상품은 농‧축산물과 건어물, 식료품, 혼수, 의류, 약초, 밑반찬, 과일, 가축, 수산물 등 우리가 필요한 물건을 다 갖춰놓고 있다.

    육거리시장 입구 도로 인도에는 할머니들이 파‧상추‧마늘‧콩‧밑반찬, 잡곡 등을 펼쳐놓고 “가격이 싸요”하며 하는 ‘호객행위’는 왠지 장돌뱅이 장사꾼처럼 보이지 않아 정겹기만 하다.

    현재 육거리시장은 990m²(3만평)의 면적에 상인은 직영 40개 점포, 임대 1000점포, 자가 160개 점포 등 1200개 점포가 운영되고 있다. 종사자는 자영업자 1040명, 상용종사자 2080명, 노점 160명 등 3280명이며 연간 매출액은 3000억 원 정도다.

    육거리시장은 과거 매주 2‧7일 숫자가 들어가는 날에는 장이 섰다. 지금은 종합시장으로 성장하면서 별도의 장은 서지 않는다.

    육거리시장 입구 대로변에는 족발과 민물고기, 닭강정, 새우, 미꾸리, 그리고 할머니들의 좌판노점, 시장 안쪽으로는 야채와 과일, 대파, 버섯, 나물, 국수, 건고추, 기름, 생선, 건어물, 젓갈, 새뱅이, 정육, 생닭, 튀밥 등을 판매하는 상점과 노점이 활성화 돼 있다. ‘동~서’, ‘남~북’으로 가로질러 시장이 형성된 육거리시장은 모충교쪽으로는 채소류 등이, 그 안쪽에는 혼수가게와 의류점포 등이 들어서 있다.

    먹거리골목에는 떡과 전, 송편, 밑반찬가게가 들어서 있고, 북쪽으로는 보리밥집과 순대국밥집, 팥죽집 등이 들어서 있다.
    또한 시장 초입과 중간 점포를 넘어서면 광복쌀상회와 소금집, 닭‧오리‧토끼 등 가축시장, 시장 서쪽으로는 고추방앗간, 고추상회, 남주동해장국집과 각종 농기구를 판매하고 있는 점포들로 구성돼 있다. 그리고 무심천 쪽에는 대형 주차장이 설치돼 있다.

    육거리시장은 지금도 농기구 점포 10여 개의 점포가 운영되고 있으나 장사가 시대 흐름에 따라서 잘 되지 않는다.

    특히 육거리시장은 새벽에만 문을 여는 새벽시장(도깨비 시장)이 어둠을 깨운다. 매일 새벽 3시부터 7시 30분까지 이곳에서 싱싱한 배추와 무, 양파, 마늘 등 각종 채소류와 농‧특산물의 거래가 쉴새없이 이뤄지며 활기가 넘친다. 

    새벽에 반짝 열리는 새벽시장은 청주와 대전, 전라도, 경상도 등 전국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속속 도착해 도‧소매상들에게 넘긴다. 도로변에는 이른 새벽부터 좋은 노점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 옷을 여러 겹을 끼어 입고 폐드럼통에 나무를 태워 추위를 녹이며 고객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보통 사람들은 한 참 잠에 빠져있을 시간이지만 시장 상인들은 이른 새벽부터 하루를 시작한다. 

  • ▲ 청주육거리시장 입구.ⓒ김정원 기자
    ▲ 청주육거리시장 입구.ⓒ김정원 기자

    새벽시장에서 점포를 마련하고 양파와 생강 등을 10년 넘게 판매해온 동원양파 대표 이 모 씨(53)는 “요즘 양파 시세가 없어 재미가 없다. 여기서 취급하는 양파는 저장성이 좋은 전라도에서 생산한 것이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이 씨는 “새벽부터 열리는 도깨비 시장에서 야채를 구입해 가는 사람 대부분은 도‧소매상인”이라고 귀띔했다. 

    할머니들의 노점도 이른 새벽부터 시작된다. 이들은 배추와 무, 마늘, 고구마, 양파, 생강 등 각종 야채와 잡곡, 밑반찬 등을 가져와 점포와 도로변에 펼쳐 놓기 시작한다.

    전통시장은 먹을 거리를 빼놓을 수 없다. 육거리시장도 여느 전통시장과 마찬가지로 먹거리가 풍부하다.
    시장상인들이 꼽는 대표적인 맛집은 대물린 전통 음식점으로 유명한 남주동해장국집과 금강설렁탕이다. 지금도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청주는 물론 외지인들에게까지 널리 알려진 남주동해장국집은 70년째 대를 이어가고 있다. 시어머니에 이어 2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김미숙 대표(60)는 밤새도록 끓여 만든 우거지해장국과 선지해장국을 고객들에게 김치와 깍두기와 함께 내놓는다. 이른 새벽 막걸리 한잔과 함께 먹는 선지해장국의 맛은 일품이다. 남주동해장국집은 중소기업청이 선정한 100년가게로 선정되기도 했다.

    52년 역사의 금강설렁탕 박재연 대표(54)도 지금은 작고했지만 부모가 운영하던 음식점을 대학 졸업하자마자 1991년부터 물려받아 부인과 함께 운영하고 있다. 금강설렁탕은 밑반찬으로  깍두기 하나뿐이지만 시장사람들과 육거리시장을 찾은 고객들이 허기를 채울 수 있는 여전히 사랑받는 음식점이다.

    상낙운 육거리시장상인연합회장(58)은 “육거리시장은 청주에서 유일하게 새벽 도매시장을 연다. 농민들이 직접 생산한 농산물을 직접 가져나와 새벽시장에서 싸게 판매하기 때문에 경쟁력 있다”면서 “전통시장은 덤이 있으며 물건 값을 깎고 흥정하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전통시장만의 장점을 설명했다.

    특히 성 회장은 시장활성화를 위해 주차공간의 추가확보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육거리시장은 두 곳에서 192대의 차량을 동시에 주차할 수 있지만 그래도 부족하다. 지난 추석 때는 하루 2000대의 차를 주차하면서 교통마비를 불러왔다. 평일에는 도로변에 주차하지 못하지만 주말에 주차할 수 있어서 그나마 주차난을 해소하고 있지만 고객들의 불편해소를 위해 주차장 추가 확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30년 간 육거리시장에서 여성의류를 판매해온 성 회장은 “앞으로 냉방장치가 일부구간에는 설치돼 있지만 한 여름 아케이드 아래는 상당히 무더워 냉방장치가 필요하다. 하지만 상인들이 자부담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면서 “게다가 최근 최저임금 및 주52시간 시행으로 경기도 위축되면서 시장 경기가 많이 침체돼 있다”고 상인들의 어려움을 대변했다.